[부동산]벼랑끝 한부신 입주예정자들 "우린 어쩌나"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27분


한국부동산신탁의 처리 방안을 놓고 정부와 채권단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한부신 채권단은 8일 정부가 제시한 채권 회수 6개월 유예 방안 수용 여부에 대한 투표를 실시키로 했다가 이견 조율에 실패해 9일 다시 회의를 열었으나 논란을 거듭하다 최종 결정을 또 미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일부 채권 기관들이 부도난 회사를 계속 끌고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면서 합의를 보지 못해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정부의 채권 회수 유예 방침에 유일한 희망을 걸고 있던 입주 예정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입주자 반응〓경기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의 ‘경성 큰마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이기천씨는 “채권단이 입주자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있다”며 “12일부터 매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지 가운데 하나인 ‘테마폴리스’ 입주자들은 채권단의 결정 연기에 분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가 임차인 협의회 회장 이태희씨는 “상가임대금을 냈는데도 재산권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채권단이 채권 보전 방안과 상가를 조기 개장할 수 있도록 대책을 즉각 마련해 주지 않을 경우 현재 벌이고 있는 농성을 무기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 요구〓입주 예정자들은 한결같이 조속한 채권 보전 방안 마련과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사업 현장 정상화를 요구한다.

특히 상가인 테마폴리스는 아파트와 같은 분양보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한부신이 청산될 경우 입주 예정자들은 그동안 낸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 커 채권 보전 방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임차권과 등기 설정이 불가능하고 시공사인 삼성중공업과 기술신용보증에서 설정한 건물과 토지에 대한 가등기와 근저당 때문에 채권단에서 사적 화의를 추인해 주지 않으면 입주자 요구가 이뤄지기는 불가능하다.

한편 테마폴리스만큼 피해 규모가 큰 ‘경성 큰마을’ 입주민들이 가장 절실히 요구하는 준공 검사도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다.

주민들은 99년 2월20일 토지가 가압류된 사실을 알고도 같은 해 7월 입주 잔금 300억원을 받고 임시 사용 승인없이 무단 입주시킨 한부신을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고양시에 있기 때문에 조속히 준공 검사를 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해선 한화파이낸스가 이 아파트의 최초 시행사였던 경성에 대출해 준 250억원을 돌려 받기 위해 설정한 가압류 해지가 관건이지만 채권단이 절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길 바라고 있으나 정부가 명분을 찾기 어려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정부 대책〓건설교통부와 경기도는 대책반을 구성하고 나름대로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중이다.

강교식 건교부 토지국장은 “한부신의 사업 가운데 수익성이 있는 분야는 별도로 분사해 운영하고 손실이 불가피한 분야는 청산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채권단의 동의가 없으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송진흡·남경현·이동영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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