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외국인 대신 누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인가”

  • 입력 2001년 2월 5일 16시 44분


국내투자자들이 순매수 강도가 약해진 외국인들을 대신할 수 있을까.

최근 5일간(매매일 기준)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들이 1269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들어 최대규모의 순매도 금액이다.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종합주가지수는 29.82포인트(-4.82%) 하락했다. 35.72포인트(-5.69%)가 하락한 1월 26일이후 두 번째로 큰 하락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한달새 3조원을 순매수했기 때문에 순매도전환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다만 이들이 550포인트∼570포인트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매수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매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지만 연초같은 공격적인 순매수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지금부터는 국내투자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의 매수공백을 채워야 현지수대를 유지하거나 추가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국내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금융기관이나 일반법인이 회사채나 주식투자비중을 늘릴 것인지 관심사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선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이 회사채보다 투자위험이 높아 회사채를 먼저 매수한후 주식에 투자하는게 관행이다.

향후 국내부문의 유동성 보강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고채 수익률이 5.3%대로 하락했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일반법인의 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먼저 이동한후 점차 주식시장으로 확산돼 나갈 것이란게 낙관론자의 견해다. 반대로 일시적인 자금유입은 가능하지만 한계기업의 퇴출없이는 본격적인 자금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남익 미래에셋투신운용 채권운용팀장은 "저금리로 역마진이 발생한 금융기관이 투신권의 채권형 펀드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며 "대규모 자금이동이 시작됐다고 단언하기 이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봐서 자금의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BBB등급 기업이 증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저금리로 고통받는 금융기관들이 회사채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게 김 팀장의 입장이다.

동양증권도 최근 국고채 수익률의 하락으로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유동성 보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즉 국고채 수익률 하락->은행수신금리 하락->회사채 매수확대->주식투자 비중확대 등의 순으로 자금이 선순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견해를 뒷받침하듯 최근 투신권의 회사채 수익증권의 수탁고가 점증하는 추세다.

연초에 비해 단기 채권형 수익증권은 1조 3577억원, 장기 채권형 수익증권은 7669억원이 증가했다(2월 2일기준).

회사채로 일단 자금이 들어오면 주식시장에 투자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는게 김성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의 주장이다. 회사채와 주식은 자금조달 방법이 다를 뿐 기업이 발행한 유가증권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이들과 달리 국내부문의 유동성 보강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정부의 신용보증으로 한계기업과 우량기업을 구별하기 어려워 장기상품인 회사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제한적 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한 경착륙에 대한 우려와 개별기업의 수익성 악화 전망도 회사채와 주식투자비중을 늘리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정구 새턴투자자문 대표이사는 "역마진에 시달리는 보험사 등이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만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대에 불과하다"며 "경기하강으로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능력의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어 적극적인 자금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신용보증을 믿고 역마진에 시달리는 일부 금융기관이 회사채를 투자할 뿐 본격적인 자금이동이 시작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한 경기전망도 불확실해 이후 추세도 불투명하다는게 박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또한 시중에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시중에 자금이 없어서 회사채나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과 한계기업을 가려내기 힘들어 투자를 유보할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금을 늘려도 증시로 자금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UBS워버그증권도 최근 '유동성 함정'을 내세워 콜금리 인하에도 증시로 자금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즉 시중에 아무리 자금을 풀어도 소비와 투자활동을 통해 경기회복을 가져오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미래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자금을 지출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메릴린치증권도 미국기업의 수익성 증가율과 G7국가의 선행지수가 상승추세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국내부문의 유동성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로 유동성 늘어나면서 일시적인 반등은 가능하지만 추가상승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경기회복에 대해 국내투자자들이 낙관하지 못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시점에선 국내부문의 유동성 보강을 낙관하기 힘들다는게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의 김팀장도 "국내증시는 채권과 주식의 대체관계가 약해 채권시장의 자금유입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동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고 인정한다.

결국 외국인 매수강도가 약해지는 가운데 국내부문의 유동성 보강이 지연되면 현지수대는 당분간 박스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전고점인 627.45포인트(1월 22일)을 상향돌파하기 힘들다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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