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버전2001]소니, '家電거인' 인터넷제국을 꿈꾼다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14분


세계 가전업계를 주도해 온 ‘가전 거인’ 소니가 ‘인터넷 제국’을 꿈꾸고 있다.

소니의 인터넷 제국 구상은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연결한다’는 디지털 네트워크 구상으로 점차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네트워크 구상은 먼저 자사가 만들어내는 모든 전자기기 등 하드웨어 제품을 수직 수평적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다른 업체가 생산하는 기기들과 연결하면서도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것.

▽‘모든 것을 연결한다’〓정보가 흐르는 과정 전체를 자체적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보인 콘텐츠, 콘텐츠를 전달하는 수단(플랫폼), 고객들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단말기를 소니는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니가 생산하는 콘텐츠는 게임 음악 영화 등 다양하다.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PS 게임 소프트웨어,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는 음악,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영화 등. 이러한 콘텐츠는 소니가 운영하는 위성방송(스카이퍼팩트 TV), 케이블 TV, 광대역 인터넷망 ‘소네트’ 등의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소비자는 소니가 만든 디지털 TV를 통해 소니의 케이블 TV 채널인 스카이퍼팩트 채널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고, 소니가 만든 플레이스테이션(PS2)으로 게임을 즐기고 ‘바이오(VAIO)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최신 음악을 듣는다. 콘텐츠와 플랫폼, 단말기를 모두 갖춘 기업은 소니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지난해 3월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게임기 PS2는 지난해 일본에서만 1800만대, 전세계에서 7800만대가 팔렸다. PS2는 단순한 오락기를 넘어 앞으로 PC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네트워크 기기’다. 컴퓨터 없이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PS2는 소니가 장차 e비즈니스를 위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통로(게이트웨이)를 점령하기 위해 준비한 ‘트로이 목마’로 불릴 정도다. 소니의 게임기 사업 책임자인 구타리키 겐 사장은 “게임기는 MP3 파일을 듣거나 디지털 비디오 디스플레이(DVD) 영화를 보는 데 PC보다 훨씬 유리하다”며 “동영상 위주의 광대역(브로드밴드) 인터넷 시대에 적합한 단말기”라고 말했다. 소니는 PS2를 장차 소니의 표준을 따르는 각종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들과 연결하는 ‘슈퍼 셋톱박스’로 이용하고 장기적으로 PC를 대체하겠다는 복안을 갖고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 전시회’에서 미국 MS사의 빌 게이츠는 비디오게임기 ‘엑스박스’를 발표하면서 “게임기이면서 대부분의 PC 기능을 갖추고 있다”며 “PC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는 차세대 인터넷 접속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의 PS2와 엑스박스는 앞으로 ‘게임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경쟁’에서 한판 승부가 벌일 전망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관문이 되는 단말기는 크게 디지털 TV, PC, 이동단말기(휴대전화와 PDA), 게임기 등 4가지. 디지털 TV와 게임기는 이미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니는 PC 시장에서도 멀티미디어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바이오(VAIO) 노트북’이라는 신제품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오 노트북은 98년말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노트북 분야에서는 IBM 등 선두업체를 제압했다. 워크맨과 TV로 세계 AV(오디오 비디오) 시장을 제패한 ‘가전 왕국’ 소니가 디지털 세계의 거대제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확대되는 외연〓콘텐츠와 플랫폼, 소비자를 잇는 정보 흐름을 장악하는 것이 수직적 네트워크 구상이라면 단말기와 단말기 등을 잇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상은 더욱 웅장하다.

여기에는 소니 자체의 제품과 기기 등을 잇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업체들의 기기들과의 연결이 포함된다.

먼저 ‘i링크’라는 인터페이스(정보가 서로 교환될 수 있는 표준화작업)는 온라인상으로 AV와 정보기술(IT) 기기를 연결한다. 오프라인에서도 메모리 스틱이라는 저장 매체를 통해 워크맨 등 각종 AV기기, PC, 휴대전화, 자동차내 항법운항장치(카 네비게이션)까지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 메모리 스틱은 음성 동영상 데이터 등 각종 미디어를 디지털 방식의 한가지 정보로 일원화해 기기들간의 장벽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특히 소니가 미국 GM 등과 합작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는 자동차 개발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사무실’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자동차의 인터넷 네트워크화가 심화되는 경우 자동차 한 대에서 나오는 부가가치에서 소니 등 전자업체가 자동차 업체를 앞지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업체와 자동차업체의 구분이 불분명해 질 수도 있다.

소니는 올해 ‘1·1·1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는 가정에서 사용되는 기기들을 잇는 선(線)과, 이를 작동시키는 리모트 컨트롤을 2001년까지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는데 따른 복잡한 선의 연결과 여러개의 리모컨을 사용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가정에서 사용되는 제품에는 소니 등 여러 업체의 것이 섞여 있어 타사 제품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소니가 필립스 히타치 마쓰시타 샤프 도시바 톰슨멀티미디어 그룬디츠 등과 함께 ‘홈 네트워크’에서의 디지털 기기간의 표준을 위해 ‘하비(HAVi·Home Audio Video Inter―operability)’ 체제 구축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하비가 구축되면 가정내 최대 63가지 제품을 TV화면을 통해 중앙집중식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소니는 모든 가전기기가 서로 연결되는 환경은 모든 업체에 공통적이지만 이같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PC에서 다운 받은 동영상을 디지털 TV에서 따온 동영상과 묶어 편집한 뒤 디지털 VTR에 녹화하는 등의 기술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소니는 어떤 회사-제품마다 세계최초…'家電 산 역사'

일본 도쿄(東京) 시나가와에 있는 소니의 박물관에 전시된 가전 제품에는 하나같이 ‘세계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소니의 역사’가 곧 ‘세계 가전의 역사’라는 것을 나타내고자하는 것이다.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50년) 트랜지스터 라디오(55년) 트랜지스터 TV(60년) 독자규격의 고화질 컬러 TV 브라운관(68년) 헤드폰 스테레오 워크맨(79년) CD와 CD 플레이어(82년) 8mm VTR(85년). 모두 세계 최초라는 형용사가 붙은 제품들이다. 마쓰시타전기에 VHS부문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70년대 초에는 ‘베타맥스’라는 가정용비디오포맷을 개발하기도 했다.

90년대에 들어서도 음성 화상 문자 정보 등을 디지털 정보로 통합해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스틱, 기존의 CD를 대체하는 고음질음악레코딩미디어인 슈퍼오디어CD(SACD),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기 등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제품들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 가정용 진공청소 로봇, 애완용 로봇 등의 개발붐이 일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소니가 발표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는 다양한 동작으로 단연 인기를 독차지했다.

1910년 창업된 마쓰시타전기가 줄곧 일본 전자산업계에서 선두를 유지해 온 반면 소니는 2차 대전후인 46년 도쿄 긴자 뒷골목에서 ‘구멍가게’로 시작했다.

해군에서 같이 근무하며 의기투합한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와 이부카 마사루(井深大)가 공동 창업했다. 창업후 12년간 사용한 회사 명칭은 ‘텔리커뮤니케이션 엔지니어링’.

150여개국에 직원수 19만 여명인 소니의 2000년 매출은 약 600억달러, 순이익은 10억 9400만달러. 매출의 70%는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e소니’로의 전환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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