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오늘의 전망]국내투자자들에게 넘어온 공

  • 입력 2001년 2월 1일 07시 38분


2월 국내증시는 국내투자자들의 손에 달렸다.

미국증시에서 금리인하가 더 이상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연초같은 순매수 강도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이남우 삼성증권 상무 등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2월들어 외국인 순매수가 약해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50bp를 인하했다. 미국증시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격언을 그대로 실행했다. 50bp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미국증시는 하락했다. 다우지수(+0.06%)만 소폭 상승했지 S&P500지수(-0.56%)와 나스닥지수(-2.31%)는 떨어졌다.

금리인하가 더 이상 미국증시의 호재로 작용하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내증시에서도 연초같은 폭발적인 외국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는 징후다.

전일 외국인들이 주식(1350억원)과 주가지수선물을 7400계약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것은 향후 국내증시를 낙관해서라기 보다는 미국 금리인하와 AIG의 현대투자신탁투신에 대한 출자제안 소식 등을 활용한 투기적 매매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지수대를 유지하거나 추가상승하기 위해선 국내부문의 유동성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마디로 '공은 국내투자가들로 넘어왔다'는 얘기다.

2월초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인하하고 시중은행이 수신금리를 잇따라 내리면 증시로 자금이동이 이뤄질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LG투자증권이나 대신증권 SK증권 등은 '저금리로 국내부문의 유동성이 증가해서 700∼750포인트대까지 상승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외국계증권사중에서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과 메릴린치증권 등이 유동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유동성이 증시로 본격 유입되고 있다는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객예탁금은 9조 927억원(1월 18일)을 기록한후 소폭 줄어어드는 추세다. 30일현재 8조 8182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투신권의 주식형 펀드도 정체상태다. 수탁고가 4조 630억원(1월 2일)에서 4조 1420억원(1월 30일)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물론 '유동성 장세'를 주장하는 증시전문가들은 한화 두산 금호 등 BBB등급 회사채가 성공적으로 발행된 것에 고무돼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AA-,3년물)의 금리차이가 1월 17일 1.94%포인트를 정점으로 1,70%포인트(31일기준)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강조한다. 이것을 근거로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을 낙관한다.

그렇지만 최근의 회사채 정상화는 기업 자체의 구조조정 성과라기보다는 정부가 사실상 보증을 서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은행을 통해 만기도래한 회사채를 인수해 주면서 단기 부도위험이 줄어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런만큼 정부보증이 폐지되면 BBB등급 회사채의 거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시정부가 현대전자에 대한 정부보증을 문제삼고 나오는 것도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게 한다.

결국 원론적인 얘기지만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없이는 국내부문의 유동성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ING베어링증권은 국고채가 하락을 멈추면 역마진으로 불가피하게 회사채 시장에 참여한 은행과 보험 등이 투자를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빠르면 2월중순부터 이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때부터 주식시장도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증권사는 이같은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가급적 600포인트대에선 차익을 실현해서 현금비중을 늘리라고 권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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