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focus]한완상 부총리, 총장시절 발언 파문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7분


한완상(韓完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행위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한나라당 자민련 등 정치권에서 한부총리의 진보적 성향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부총리는 31일 오전 11시5분 방영된 MBC TV의 ‘TV특강’에서 ‘21세기의 가치와 덕목’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대북 지원 규모와 남북관계 속도에 대한 비판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 심정을 이용해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강연은 한부총리가 1월5일 상지대 총장 시절 녹화한 것이나 MBC는 화면 자막에 한부총리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 소개했다.

한부총리는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의 냉전 얼음이 녹기 시작해 해방다운 해방을 느끼지 못했던 동족들이 민족 해방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이제 평화롭게 사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냉전 이야기들을 꾸며내 ‘북한에 너무 많이 퍼준다’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은 대우 같은 대기업이 망했기 때문이지 북한에 퍼줘서 (기업이) 망했느냐. 공기업 노사갈등, 은행합병 등이 북한에 퍼준 것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국민이 경제적으로 느끼는 아픈 심정 때문에 ‘퍼주기론’이 먹혀들고 있고 (보수세력이) 그런 감정을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후손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유산으로 남겨주는 일에는 지식인이 앞장서야 한다”며 “대안 없는 비판은 무책임한 것인데도 이를 안타까워하고 활발히 움직이는 지식인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원장관을 지낸 분으로 남북관계 변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북한이 변하느냐, 변하지 않느냐는 것을 두고 한가롭게 배부른 우리가 함부로 말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북한은 경제 궁핍과 국제적 고립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이 ‘통미통남(通美通南)’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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