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김영일의원 발언…다시 꼬이는 안기부돈

  • 입력 2001년 1월 30일 18시 40분


한나라당은 30일 ‘문제의 안기부 자금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이라는 김영일(金榮馹)의원의 발언으로 온종일 시끄러웠다. 김의원과 당 지도부는 ‘발언이 왜곡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YS측은 격앙된 표정으로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해명을 요구했다.

▼YS "이총재가 책임전가"▼

▽흥분한 YS, 곤혹스러운 이총재〓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김의원의 발언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YS에게 떠넘기려는 이총재 주변 인사들의 의도에서 비롯됐다며 이총재를 직접 겨냥했다. 김의원이 한때 이총재 측근 7인방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만큼 김의원 발언에 이총재측의 의사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당내에도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한 초선 의원은 “총재가 사석에서 ‘연찬회에서 YS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여러번 당부해 우리는 자제했는데 정작 총재와 가까운 김의원이 이를 언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김의원 발언은 김의원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이총재와 사전 협의 등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권대변인은 또 “총재는 상도동을 찾았던 그 때 그 심정 그대로이고 YS의 가르침을 받을 자세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 YS에게 진사 사절이라도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김의원 발언 진상〓김의원은 문제 발언 후 일부 내용을 부인했지만 발언 당시에는 소신에 차서 발언했다.

3분임 토론조에 편성됐던 김의원은 29일 오후 7시경 “‘안기부 돈’ 문제를 푸는 열쇠를 쥔 것은 YS”라는 등 강삼재(姜三載)의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라며 이를 전했다. ‘내가 집권당 사무총장으로서 알고 있던 비밀스러운 문제들을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한다.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면 YS를 물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느냐’고 강의원이 말했다는 것.

▼김 의원 발언당시 소신에 차▼

10여명의 기자들이 이를 메모하자 김진재(金鎭載) 김문수(金文洙)의원 등은 “기자들이 적는 것을 보니 중요한 얘기인가 보다”, “기자들이 있으니까 말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김의원에게 간접적으로 주의를 줬다.

그러나 김의원은 “이건 나의 추정이 섞인 것”이라고 얼버무리면서도 “YS가 멍에를 벗겨줘야 한다. 이총재가 어제 상도동(YS 자택) 가서 운을 띄워놨으니 부총재들이 YS에게 밝혀달라고 해야 한다”고 발언을 계속했다. 같은 토론조에 속한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의 김용갑(金容甲)의원에게는 “안기부 예산을 대통령 모르게 안기부 운영차장이 쓸 수 있느냐”고 물어 ‘작심하고 하는 말’이라는 인상을 줬다.

<송인수·선대인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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