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저금리가 증시로 자금 끌어들일 수 있나

  • 입력 2001년 1월 29일 15시 38분


'수신금리인하->위험자산 선호도 증가->시중자금 증시유입->유동성 장세 지속'

시중은행의 수신금리와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가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여 '유동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논리다.

CSFB증권은 이같은 논거에 따라 국내증시가 올연말 750포인트까지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LG투자증권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피력한다.

3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로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고 2월초 한국은행의 콜금리인하도 시중자금의 증시유입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2월중에 700포인트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상 목표지수는 달라도 이 두 증권사의 전망에서 '유동성 장세론자'들의 공통된 특성을 읽어낼 수 있다. 금리를 낮추면 자산운용에 애로를 느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회사채와 주식에 대한 비중을 늘려 현재의 상승추세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기업실적 등 재료(펀드멘털)는 무시한 채 저금리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끌어들여 적어도 2월말까지는 상승추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저금리는 증시로 여유자금을 끌어들일 것인가.

김도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국고채 수익률이 6%대일 때 증시로 들어오지 않은 자금이 5%대에 몰려올 것이라는 생각은 천진난만한 발상이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이 0%의 금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기업부문의 투자위험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과 회사채시장으로 자금이동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란게 김 선임연구원의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잇단 수신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저축성 예금은 더욱 늘어났다. 1일부터 20일까지 저축성예금은 9조 2000억원이 증가했다.

같은기간 투신권의 주식형 수탁고는 340억원 증가에 그쳤다.

박정구 새턴투자자문 대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박 대표는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지가 워낙 강해 현재의 상승추세가 2월중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저금리로 시중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려는 정부의도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일시적으로 기업부도위험을 줄여놓았지만 1년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회사채와 주식에 투자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기업부채규모를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만기만 연장해 준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치유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내투자가들이 이같은 상황을 모두 알고 있어 저금리만으로 위험자산의 투자비중을 늘리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경제가 올 상반기 0% 성장률이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기업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의 부도위험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기관들이 BBB등급 회사채를 매수하는 것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사 등 역마진이 발생한 기관들이 수익률 측면에서 BBB등급 회사채를 매수할 뿐이라고 논박했다.

최교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도 금리인하만으로는 시중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팀장은 "세후 4%대의 금리라도 받는 것이 원본이 훼손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저금리로 증시의 유동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팀장은 "정부가 현대건설 등 한계기업의 부도위험을 막는데 급급한 것이 오히려 증시로 자금을 유인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