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외국자본 "한국 빌딩 사냥 제철"

  • 입력 2001년 1월 27일 18시 30분


금호그룹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회현동 아시아나 빌딩을 싱가포르투자청(GIC)에 500억원을 받고 팔았다. 사옥 매각후 서울 중구 신문로 신축사옥으로 옮긴 금호는 새 사옥도 미국의 ‘모건스탠리 부동산 펀드’에 넘길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는 종로구 계동 사옥을 외국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들이 잇달아 사옥 건물 등을 내놓으면서 한국의 땅과 빌딩이 줄줄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고 있다.

기업이 은행에 담보로 맡긴 빌딩 등 부동산이 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외국 부동산 펀드 등으로 ‘처분권’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올 하반기부터 시행 예정인 부동산투자신탁(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제도도 외국인들에게는 국내 ‘부동산 투자’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얼마나 팔렸나〓98년 외국인토지법 개정으로 외국인과 투자기관의 국내 부동산 매매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다. 그후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사들인 빌딩은 20여건에 모두 1조원 어치가 넘는다.

싱가포르 투자청은 지난해 회현동 아시아나빌딩과 서울 세종로의 파이낸스 빌딩을 매입한 데 이어 종로구 서린동 H빌딩의 매입을 추진중이다. 미국 부동산 투자펀드인 ‘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는 벽산건설의 서울 중구 동자동 ‘벽산 125빌딩’과 명동 청방빌딩 등을 매입했다. 미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종로구 사직동 하누리빌딩을 사들인 데 이어 금호 신문로 사옥 등 3, 4곳의 오피스빌딩 매입을 추진중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45년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외국인들이 매입, 보유하고 있는 국내 토지는 여의도 면적의 36배인 3144만평. 이중 절반이상인 1848만평이 98년 외토법 개정 이후에 몰려있다.

99년 12월 한국자산공사 설립후 기업의 부실채권 처리과정에서 외국인들(주로 투자기관)에게 ‘처분권’이 넘어간 부동산은 무려 8조 4400여억원에 달한다.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울 여의도 일대의 증권사 사옥 등 매수자를 찾고 있는 빌딩도 현재 20∼3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드만 삭스 김찬재이사는 “서울 강남과 여의도, 시내 중심부 등에 나와있는 사무실 빌딩들이 외국 투자기관들의 매입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강원 횡성군 문막의 방갈로형 콘도인 ‘오크밸리’에 홍콩의 한 개인이 200평 가량의 콘도(약 20억원)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개인의 부동산 매입도 시작됐다.

▽매각의 명암(明暗)〓 외국 투자기관들이 서울 시내 빌딩을 사들이는 것은 은행금리 이상의 임대 수익률 때문. 부동산매입 자금중 해외에서 들어온 ‘순수외자’는 30∼40% 미만. 나머지 60∼70%는 국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조달한다. 돈을 꾸어줄 데가 마땅찮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런 외국 투자기관에 빌려주는 것.

빌딩을 매입하는 외국 투자기관들의 일부는 올 하반기 리츠 시행후 시세차익을 남기고 리츠회사에 빌딩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져 리츠제도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가 외국자본에 몰릴전망이다.

부동산 매물의 상당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급매물로 나와 헐값에 팔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교부 최정호 토지관리과장은 “외국 투자기관들의 부동산 매입은 국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고 외자도입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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