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심용식/새만금사업에 ‘카오스 이론’ 접목을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27분


내가 어린 시절에 뛰어놀던 고향 앞바다인 전북 부안과 군산 사이의 바다를 막아서 서울 여의도의 140배나 되는 크기의 땅과 호수를 새로 만들려는 새만금 개발사업은 환경의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을 빚고 있는 국가적 현안이다.

이 사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새만금사업으로 생기는 호수는 수질오염으로 ‘제2의 시화호’가 될 가능성이 높고 양질의 갯벌을 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찬성론자들은 방조제가 60% 가량 건설된 상태에서 사업을 중단하면 또 다른 환경 재앙을 불러올 수 있으며 어차피 추진돼야 할 일이지만 전북 내륙에서 흘러드는 오폐수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 방안만 마련된다면 새만금사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만금사업은 낙후지역 개발과 환황해권시대의 전진기지 건설, 안보 차원의 식량문제 해결 등 국가의 장기 계획에 의해 결정됐다. 물론 시대 흐름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로 국가의 장기정책도 바뀔 수 있다. 동강댐이나 금강산댐처럼 정책이 결정적으로 잘못됐을 경우 사업 자체를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호의 미래 상황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완전하게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도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사업의 복잡성과 정치적 고려 때문에 민관 공동으로 조사를 해놓고도 결론을 유보하고 있다. 다만 새만금호의 수질 관리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사업 자체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점은 모두 동의할 것으로 본다.

선진국에서는 국가적인 대규모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복잡 적응 진화 시스템’(카오스 이론)의 개념을 정책 시행에 적용해 반대 논리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 수용하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감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새만금사업도 주변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고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환경의 능동적인 적응을 연착륙으로 유도하고 시민단체와 대학 등 연구기관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심용식(바다살리기 국민운동 전북본부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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