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아파트 개미 극성…차라리 이사가 버릴까

  • 입력 2001년 1월 19일 01시 38분


인천 연수구 연수동 아파트에 사는 이광룡(43), 박옥자(43)씨 부부는 요즘 ‘개미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지난해 초 몇마리가 주방에서 눈에 띌때만 해도 무심히 봐넘겼으나 여름철을 지나면서 방이나 거실 곳곳에 나타나고 수도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과자 부스러기 등에 새까맣게 붙어 있어 혐오감을 줄뿐 아니라 최근에는 아침마다 열살된 아들 상우의 배, 다리 등에 3∼4군데씩 개미에 물린 자국이 발견되고 있다.

잠자기 전에 젖은 오징어를 잘라 방 구석에 놓아 개미가 몰려들면 새벽에 거두는 방법도 써 봤고 설탕을 밤새 주방에 놓아둬 몰려든 개미를 몰살 시키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이씨는 3개월전부터 베란다 모퉁이, 인터폰 등 개미집 20여군데를 발견해 소독약을 뿌려봤지만 이제껏 ‘근절’하지 못했다.

침대위에도 개미가 올라와 등과 다리 등을 무는 바람에 잠도 설치기 일쑤다.

이씨 부부는 개미때문에 3월경 다른 곳으로 이사가기로 결정했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 아파트에 사는 김종수(41), 배숙씨(38)부부도 개미때문에 각 방을 쓴다.

김씨는 침대위에서 자고 아내 배씨는 쇼파위에서 잔다. 배씨가 침대위에서 개미에 자주 물린 이후로 ‘개미 노이로제’ 때문에 침대에서 잠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살충제, 연막탄, 전자파해충퇴치기 등을 구입해 사용하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촘촘한 아파트 밀집지역(14만가구)으로 지은지 8∼9년된 인천 연수구 연수신시가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처럼 개미로 골치를 썩이는 가정이 많다.

아파트에 서식하고 있는 개미는 ‘애집개미’로 길이 3㎜정도이며 황색이나 황갈색에 평균 수명은 4년. 사람을 물고 피부에 독소를 남겨 가려움증을 유발시킨다.

개미전문가 김병진교수(원광대 생물과학부)는 “비교적 오래된 아파트에 애집개미가 많은 이유는 청결면에서 개미가 살기 좋은 환경때문”이라며 “개미는 어린아이가 있어 과자부스러기가 많거나 사계절 온도 변화가 거의 없는 아파트를 특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방역회사 세스코(주) 손은석과장(35)은 “한 아파트에 개미가 살고 있다면 같은 라인에 있는 모든 아파트에 개미가 서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여왕개미를 죽여야만 개미가 퇴치된다”고 말했다.

제약회사들도 개미 퇴치용 신제품의 수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이종수의독물과장(60)는 “개미는 해충으로 분류되지 않아 그 실태나 피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방역회사들은 비휘발성 석유화학물질을 집안 곳곳에 발라두는 ‘도포법’이 효과적이지만 독성이 강해 아이들이 있는 집안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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