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무용계 "1월엔 공연 안합니다"

  • 입력 2001년 1월 16일 19시 12분


지난해 12월 쉬는 날이 거의 없다시피했던 무용 공연이 1월들어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무용계에서는 “외국 초청 사례를 빼면 무용 공연은 1, 2월에 휴업사태가 벌어진다”면서 “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뭘까?

우선 이달부터 2월초까지 치러지는 각 대학의 무용학과 실기시험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문적인 직업 무용단이 드문 우리 무용계에서 꽤 알려진 무용가들은 대부분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실기 심사에 참여하느라 공연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예진흥기금의 지원 시기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문예진흥기금은 지원이 결정되면 그해에 공연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었다. 인기 장르로 자리잡은 발레의 몇몇 공연을 빼면 대부분의 무용 공연은 입장 수입이 극히 적기 때문에 지원이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자비로 공연을 올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무용계의 집단적인 공연 휴업에 대한 심각한 비판도 있다. 이른바 1월은 무용계의 ‘대목’이라는 것. 사설 무용학원은 물론 대학의 일부 강사와 재학생까지 실기 시험을 겨냥한 각종 ‘아르바이트’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룹 형태로 참여하는 레슨비는 천차만별이지만 과목당 한달에 50∼100만원. 특히 대부분의 대학에서 실기 과제로 요구하는 2분 안팎의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1000만원이상의 작품료가 들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무용계 일부 인사는 입시 시즌에 한몫 벌어 공연비 등 1년치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개선이 없는 한 ‘대목’을 위해 공연이 사라지는 무용계 풍속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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