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유동성장세는 과연 도래할 것인가

  • 입력 2001년 1월 9일 13시 27분


'유동성 장세는 오늘 살기 위해 내일 죽는 머니게임이다.'

연초부터 외국인들이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하자 국내증권업계에선 '유동성장세'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을 통한 현대전자 등 한계기업의 회사채 인수로 부도위험이 줄어들자 외국국인들이 연초부터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면서 증권업과 건설업종 등에 개인투자자들이 가세했다. 특히 증권업종은 6일(매매일 기준)만에 50% 가량 급등했다.

증권주와 건설주의 급등을 근거로 "낙폭과대 저가주부터 시장반등을 주도하는 전형적인 '유동성장세'가 시작됐다"고 증권사 시황분석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정부가 의도한대로 유동성장세는 과연 도래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증시개방화로 더 이상 정부의도가 관철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설사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더라도 주가를 유지하지 못할 때 그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유동성장세'의 도래가 어렵다는 반론은 외국인들의 시장영향력 급증에서 찾는다.

삼성전자 SK텔레콤이 적정주가 이상으로 오르면 외국인들은 가차없이 매도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철저한 기업분석을 통해 적정가격을 설정하고 매수하기 때문에 이상급등할 경우 매도한다는 얘기다.

또 유동성장세의 특징인 저가대형주들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것도 외국인들의 매도를 촉발시킨다. 증권주와 건설주들이 펀드멘털 이상의 수익률을 보일 경우 외국인 선호주인 블루칩들이 상대적으로 비싸 보여 외국인들의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주가지수선물(이하 지수선물)시장이 '유동성 장세'의 도래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의 적정주가보다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현물(주식)가격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지수선물시장 참가자들이 사전에 매도포지션을 취한다는 설명이다. 즉 지수선물의 지속적인 매도로 현물의 일방적인 상승을 어렵게 한다는 얘기다.

과거와 달리 파상생품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긍정적인 측면이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도(risk-aversion)가 줄어들지 않은 것도 '유동성 장세'를 속단하기 어렵게 한다.

최교전 미래에셋투신운용 채권운용팀장은 "대규모 자금을 보유한 국내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다소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나서야 '유동성장세'가 시작되는데 아직까지 이들 기관의 '안전자산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고 들려준다.

국내기관투자가들은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한계기업의 부도위험을 막아줬지만 여전히 부도위험을 두려워 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해도 유동성장세를 낙관하기 힘들다는게 최팀장의 견해다.

이들은 설사 '유동성 장세'가 온다고 해도 이것은 '오늘 살기 위해 내일 죽는 머니게임'이라고 혹평한다.

J.P모건의 김철중 시황분석가는 "한국경제가 하강국면에 있고 정부가 무한정 한계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위 '유동성 장세의 붕괴'가 야기할 파장은 대단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한국증시에 대해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정태욱 현대증권 이사도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의 항의 등 '멍석판'을 걷으라는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막상 정부가 회사채 인수를 중단할 경우 그 후유증은 대단할 것이다"고 우려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