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길]‘on-off결합’ 수익모델 정착

  • 입력 2001년 1월 8일 18시 38분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은 e비즈니스 기업들의 중대한 ‘시험대’였다.

이들 업체에 크리스마스 대목의 성적은 두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물음은 e비즈니스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일단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히 ‘예스(Yes)’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방문 횟수는 재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작년 말 시장 조사기관인 미디어매트릭스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웹 트래픽(web traffic)’은 전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12월17일까지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은 3300만명. 이는 3500만명이 방문한 두 번째 주보다 5.2% 가량 감소한 것이지만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6%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국 경기의 둔화세 속에서 거둔 실적이라는 점에서 ‘인터넷 쇼핑’의 흐름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e비즈니스 기업들에는 이런 일반적인 의미를 새길 겨를이 없다. e비즈니스 업체들에는 작년 ‘크리스마스 성적표’가 생사(生死)를 가르는 기준이다. 즉 앞으로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를 판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던 셈이다. 이들 기업은 ‘크리스마스 시험’을 통해 지난 1년간의 투자에 대한 심판을 받으려고 했다. 이제 그 결산서를 받아든 업체들은 사업전략과 모델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거기에는 사업을 계속할 것이냐, 그만 접을 것이냐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포함돼 있다.

▽냉혹한 ‘크리스마스 시험’〓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작년 크리스마스를 피말리는 긴장 속에서 맞았다. 크리스마스는 어느해건 간에 중요한 대목이지만 작년에는 특히 절박한 사정이 있었다. 이른바 ‘닷컴 위기론’ 속에서 생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시장 안팎을 지배했다.

업체들의 크리스마스 시즌 준비는 이런 이유들로 전년보다 빨리 시작됐다.

지난해 추수감사절 연휴에 정시 배달이 안돼 곤욕을 치렀던 온라인 쇼핑몰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대부분 일찌감치 예약 주문을 받았다. 아마존닷컴은 11월20일, 시어스닷컴은 17일, CD나우닷컴은 19일, Etoys는 12일까지 들어온 예약주문에 대해서만 성탄 전야까지 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대부분의 온라인 상점들은 ‘크리스마스 경주’를 앞두고 1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전년과 다른 점은 신규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 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결제 이행의 편리성 및 신뢰성 구축, 웹사이트의 편리성 광고, 개인별 특성에 맞는 마케팅 등이 서비스의 핵심이었다.

네번째 주가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최다 방문객을 맞은 것은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은 1700만명의 방문 횟수를 기록, 전년의 1200만명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Mypoint.com은 1500만명으로 전년보다 40.1%나 늘어나면서 2위를 기록했다.

▽e비즈니스의 새로운 법칙 확인〓작년 크리스마스 성적표는 e비즈니스의 새로운 법칙,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업체들의 약진이 그만큼 두드러졌다.

인터넷 방문자 조사기관인 닐센―넷레이팅스에 따르면 12월 셋째주에 판매순위 10위 안에 든 온라인 쇼핑업체 가운데 오프라인을 겸한 업체가 월마트닷컴 시어스닷컴 등 7개나 됐다.

아마존은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수익성에 대한 의문으로 투자자들로부터 눈총을 사고 있는 아마존에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이는 아마존과 제휴한 토이저러스의 성공이기도 하다. 토이저러스는 98년 서둘러 인터넷 사업에 진출했으나 쉽지 않았다. 인터넷 환경에 대한 이해부족과 기존 채널과의 갈등으로 기존의 브랜드 파워와 실물유통망의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기존 매장과 인터넷 판매 채널의 마찰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에 실패했다.

매장에서는 구입할 수 있는 인기 장난감을 인터넷에서는 살 수 없어 오히려 온라인 고객의 불만을 샀다. 이는 오프라인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토이저러스는 결국 독자적인 진출을 포기하고 온라인에서의 강자와 결합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새로운 노선은 온라인의 강자 아마존과의 제휴였다.

토이저러스의 상품 매입 및 재고 관리 노하우, 아마존의 탁월한 사이트 개발, 주문 운영처리 배송 능력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토이저러스의 새로운 전략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통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아마존이나 토이저러스처럼 한숨을 돌린 업체들보다 훨씬 많은 업체들이 비탄에 잠겨 있거나 회사를 정리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 Etoys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 업체의 크리스마스 시즌 방문 고객은 이 회사가 당초 예상했던 고객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미 아마존―토이저러스의 제휴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훨씬 더 심했다. 순수한 온라인 기업인 Etoys의 곤경은 아마존의 강력한 오프라인 경쟁자 반스 앤드 노블이 겪었던 패배와는 다르면서도 같은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반스 앤드 노블은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인 bn.com을 설립해 기존회사와는 독립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반스 앤드 노블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방대한 오프라인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주문 배달 등 고객과의 관계에서 기존의 물적 점포망을 활용하지 못해 독자적 물류창고를 건설하는 등 비용절감 등의 면에서 비효율성을 드러냈다.

반스 앤드 노블의 사례나 크리스마스 시즌의 희비가 던진 교훈은 결국 ‘온라인―오프라인의 유기적인 결합’이라는 키워드였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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