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그린스펀 효과가 통하지 않는 이유

  • 입력 2001년 1월 8일 09시 57분


지난 3일 미국 연준리(FRB) 앨런 그린스펀의장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발표는 얼어붙은 한국증시를 연속 상승세로 이끄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정작 그린스펀효과는 주무대인 뉴욕증시에서 하루 반짝했을 뿐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연초이래 다우존스지수는 1.2%, 나스닥은 2.5%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경제의 주치의로 인식돼온 그린스펀의장의 처방이 더 이상 약효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세계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7일 '금리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연초 금리인하가 급속한 경기둔화세를 막고 주가를 상승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투자전략가인 바이런 윈의 말을 인용해 "연준리가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가의 향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준리의 금리인하 여부가 아니라 경제가 침체상태에 있는가 아닌가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1995년과 1998년의 미국 금리인하는 멕시코의 페소화위기나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등 대외적 위기로 가시화 됐고 그린스펀 효과가 시장에 가장 잘 반영됐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당시와는 달리 미국 경제 내부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연준리의 금리인하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신문의 분석이다.

실제로 1989년 미국경제가 침체기였을 때 연준리가 금리를 9.81%에서 9.56%로 인하했지만 S&P500지수는 이후 18개월 동안 단 2포인트 상승했을 뿐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파이낸셜 타임스도 비슷한 분석을 내 놓았다.

신문은 연준리의 금리인하조치가 때늦은 감이 있으며 인하폭도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수 주전부터 경기침체에 대한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리가 금리인하를 신속히 단행하지 않아 '신경제'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확증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의 상황이 대외적인 요인보다는 미국내부의 경기둔화에 따른 것이므로 금리인하의 폭이 훨씬 더 커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세계 언론의 분석이 타당하다면 앞으로 연준리의 대폭 추가금리인하와 더불어 새로 탄생할 부시행정부의 과감한 감세정책등 다양한 수단이 실행돼야 침체의 우려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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