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맛있는 수다]며느리와 떡국 그 애증의 관계에 대하여

  • 입력 2001년 1월 2일 16시 53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롭게 밝아온 2001년 한해, 새로운 포부로 시작하셨나요? 새로운 계획은 세우셨나요?

아, 새로운 포부로 신년 계획을 세우는 남편과 시댁 어르신들 뒷바라지는 했다구요? 큭큭...저도 그랬답니다.

설날이 일년에 두 번인 요상한 나라에 사는 죄로 년초부터 두 번이나 난리굿을 치뤄야하는 대한민국의 주부들, 그래도 떡국은 맛있게들 드셨나 모르겠네요...

짧은 연휴지만 온 가족이 사이좋게 모여앉아 떡국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는 모습, 정말 아름답지요? 하지만 백조가 우아하게 떠다니기 위해 열불나게 발차기를 하듯, 그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기 위해선 저같은 며느리들이 한겨울에 땀나게 종종거려야한다는 사실을 처녀적엔 미쳐 catch 하지 못했죠. 떡국을 낼름 받아만 먹으며 '떡국이란 매우 간단한 요리려니...'생각했었죠.

아, 어쩜 "아니, 떡국 한그릇 끓이기를 왠 유세냐?"며 아니꼽게 보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네요...하지만 날로 고급화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입맛이 떡국 한그릇과 잘 익은 김치면 "따봉"하던 그 옛날 남자들과 어디 같아야 말이죠. 저희 집만 해도 새해에 떡국에 갈비찜을 곁들여 한상 차려먹는답니다. 요리에 서툴다는 핑계로 곁에서 심부름만 해도 저녁이면 온몸이 얻어맞은 듯 피곤한데, 남편은 "니가 뭘 했다구..."이러고 나섭니다. 새해 벽두부터 한판 뜰 수도 없고, 눈물나는 순간이죠...

아무튼 떡국, 생각만 해도 웬수 같은데 맛은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죠? 정말 애증이 엇갈리는 요리랍니다. 부글부글 끓고있는 떡국냄비를 들여다보며 "아, 냄새도 싫다, 싫어..."하다가도 밥상 앞에만 앉으면 한그릇 뚝딱 비우게 되니...제가 비위가 너무 좋은 건가요?

떡국도 집집마다 끓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저희 친정에선 양지머리 육수로 국물을 내고 김이랑 다시마, 달걀지단을 고명으로 얹어 먹었는데요, 저희 시댁은 사골국물로 국물을 내고 달걀은 생략, 대신 다진 마늘을 넣어서 개운하게 만들어 먹더라구요.

전 두 집 스타일을 섞어서 fusion떡국을 만들어 먹어요. 국물은 친정스타일로 양지머리 육수에, 달걀은 편하게 풀어서 넣고, 마늘은 기분나는 대로 뭐, 한 스푼 듬뿍 넣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하구요.

설날 그 고생을 하고도 떡국을 또 만들어 먹고 싶냐구요? 음...시댁에서 받아온 가래떡 한아름을 처치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잖아요? "떡국, 더는 싫어, 절대 다신 안 먹을테야..."하다보면 또 한해가 가더라구요.

아, 어쨌든 2001년엔 며느리들에게도 볕 뜰 날 있을꺼라 믿으면서 떡국 한 그릇 배터지게 먹자구요! HAPPY NEW YEAR!

***애증의 떡국 맛있게 만드는 법***

재 료 : 흰 떡 500g, 양지머리 육수, 굵은 파 1뿌리, 다진 마늘, 달걀 1개, 김, 국간장,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

만들기 : 1. 흰떡을 찬물에 담갔다 건져둔다

(썰지 않은 떡을 사셨다구요? 한석봉 엄맙니까? 정말 에너지가 넘치시는군요...

어쩌겠어요? 하루 정도 굳힌 다음에 써는 수 밖에... )

2. 양지머리 육수가 팔팔 끓으면 떡을 넣도 끓인다

(육수 만드는 법이야 아시겠죠? 뜨끔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알려드리죠...

양지머리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에 물을 붓고 끓이면 됩니다.

고기 한근에 물 10컵 정도? 충분히 끓인 다음에 식혀두면 위에 기름이 굳거든요.

그걸 싹 걷어내야 진짜 담백한 육수가 되지요...)

3. 떡이 어느 정도 익으면 소금으로 약간 간하고 더 끓인다

4. 푹 끓으면 마늘, 국간장,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로 맛을 내 한소큼 더 끓인다

5. 내리기 직전 달걀을 풀어 가만히 흘려넣은 후 저어준다

6. 대파를 어슷 썰어 넣는다.

7. 김과 양지머리 고기를 고명으로 얹어 낸다

조수영<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