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2000년 결산]깨어진 '神話'…분노-좌절만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34분


▽주식형의 몰락과 채권형의 선전〓작년말 이후 설정규모 50억원이상인 성장형 펀드(주식투자비율 최고 90%) 465개중 39%인 183개의 수익률이 벤치마크(종합주가지수 등)보다 낮았다. 183개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대비 ―46.89%∼―67.24%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주가지수의 연초대비 하락률인 52%보다 더 낮은 손실률을 기록한 펀드도 45개에 이른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회의중’이나 ‘외출중’이라는 핑계를 대며 투자자들과의 접촉을 기피했다.

주식형 펀드가 몰락한 빈틈을 채권형 펀드가 어느 정도 메꿔주었다. 채권형 펀드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단기 8.19%와 중기 9.41%, 장기 9.86%를 각각 나타내며 호조를 보였다.

대우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안전성을 가장 중시하면서 국고채를 편입하는 펀드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회사채형 펀드에는 고객들이 돈을 맡기지 않아 빈사상태에 빠졌다.

▽수탁고 감소세 지속〓대우사태와 증시 침체는 고객들이 투신업계를 등지게 만들었다. 그 결과 주식형과 채권형 등 수익증권(펀드)의 총 수탁고는 올 1월말 189조원에서 12월말(26일 현재)에는 147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작년 7월 펀드 수탁고가 250조원을 돌파한지 1년여만에 100조원이상의 자금이 투신권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7월말 이후 수탁고 급감세가 주춤해진 것은 비과세 상품이 나오면서 일부 고객들이 자금을 맡긴 덕분이었다.

특히 주식형 뮤추얼펀드 수탁고는 작년말 5조1630억원에 이르러 ‘고점’을 찍은 뒤 증시 침체와 함께 20일 현재 2조2350원으로 절반이상 줄어들었다. 뮤추얼펀드는 만기 1년이 지나면 청산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다시 돈을 맡길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운용사 체제정비 가속〓증시 침체는 펀드 수익률을 악화시키는데 이어 운용사들의 존립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를 판매한 수수료 수입으로 연명하는 운용사들로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대한투신운용이나 삼성투신운용 등 대형 투신운용사들을 중심으로 개별펀드매니저체제를 마무리하고 시스템체제로 전환하고 나섰다. 펀드매니저 개인의 재량권이 절대적인 경우에는 급등락 장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사장은 “내년에도 고객들은 당분간 간접투자시장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으며 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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