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뉴리더-이성규상무 "은행부실은 대기업 여신때문"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48분


“이전엔 채권단이 기업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만 만들어줬죠. (채권단의) 밖에서 이래라저래라 간섭만해왔다면 이젠 채권단의 내부에 들어와 기업을 직접 지켜본다는 게 달라진 점이죠.”

98년 3월부터 이달 20일까지 금융감독원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이성규(41) 전 사무국장. 사표를 낸 바로 다음날 서울은행의 여신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85년 한국신용평가에 입사한 이후 다섯 번째 직장이지만 은행은 이번이 처음. 이상무는 “구조조정의 원칙과 지침만 정했던 금감원 시절은 간접경험이어서 언젠가 구조조정을 직접 담당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업체에 들어가 구조조정을 직접 지휘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조정했던 전직(前職) 때문에 부담이 됐다. 게다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경영진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서울은행에서 이상무의 역할은 여신관리다. 그동안 기업의 평가를 맡았던 ‘기능’을 충분히 살린 것.

이상무는 “은행의 부실은 대부분 대기업 여신 때문에 생긴다”며 국내 은행의 여신관행을 ‘사고가 나기 직전의 달리는 차’에 빗댔다. 부딪히면 차가 망가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어’하며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는 자동차와 같이 국내은행들은 그동안 잘못된 줄 알면서도 여신을 계속해왔다는 것.

이상무는 “이런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건전한 여신관행과 시스템을 갖추는 게 나의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자금을 받은 서울은행으로 옮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최동수부행장. 이상무와 최부행장이 한신평에서 함께 근무하던 시절 ‘형제’처럼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리를 일어서며 구조조정 전문가에게 서울은행의 구조조정 후 생존가능성을 어렵사리 물어봤다. “회생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옮긴 것 아닐까요.”(이상무)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