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돼지에게 물어봐?…답답한 증시 속설연결 난무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38분


‘돼지고기 값이 바닥을 친 것을 보면 주가도 조만간 바닥을 짚을 것이다.’

요즘 증권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돈육(豚肉)가격과 주가의 동반상승론’이다.

축산컨설팅업체인 정P&C연구소에 따르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9월 셋째주(9월11∼24일)부터 폭락했으나 10월 넷째주에 ㎏당 1497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반등해 11월 셋째주(11월20∼26일)에는 전주보다 20% 이상 오른 1928원으로 폭등했다.

돼지고기 값과 주가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무슨 야담(野談) 같지만 증권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돼지고기 값과 종합주가지수는 1∼2개월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동시에 오르내리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이런 희망섞인 관측이 나올 법도 한 것이다.

주가가 크게 올라가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답답한 장세가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주가가 올라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27일 모증권사 데일리(일간투자지침서)에 실린 ‘이젠 유로화환율로 눈을 돌리자’는 보고서에도 답답한 마음을 담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은 ‘최근 몇년 간 달러대비 유로화환율과 종합주가지수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니 상관계수가 0.9가 넘는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 ‘유로화환율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때가 국내주가도 추세반등을 시작하는 시점이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몇년 전 장마철이 끝날 무렵에는 한 시황담당자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아 증권가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장마철도 지나갔으니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이같은 ‘희망의 분석’들은 대체로 상관관계 분석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두가지 현상이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것이지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최근 들어 자잘한 테마도 유난히 많이 쏟아진 것도 이런 증시의 바닥정서와 관련이 깊다. 가깝게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이른바 ‘부시당선수혜주’가 돌아가면서 반짝 반등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미국 증권가에서는 부시가 당선되면 공화당의 정강정책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큰 제약 담배 에너지 방위산업 등의 업종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었다. 10월초 국내증시에서 제약주 담배주 등이 특별한 이유 없이 사나흘간 용틀임한 것은 이런 주장이 여과 없이 국내증시에 직수입된 결과다.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다니면서 일시적으로 매기의 병목현상을 낳으면서 엉뚱한 테마들이 명멸하기도 했다. 이달 초순과 중순 코스닥시장에서 두차례에 걸쳐 강세를 보였던 이른바 ‘7월생’ ‘8월생’(7, 8월에 신규등록했다는 뜻) 하는 테마도 한 예다. 아직까지 작전성 물량조절에 손때가 묻지 않아 수급상 깨끗하다는 것이 이들의 상승 배경.

하지만 지금까지 작전이 없었다는 것이 앞으로도 작전이 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하진 못한다. 이들 주식은 사실상 코스닥에 등록하자마자 장세 전체가 꺾여져 작전을 하고 싶어도 할 틈이 없었던 주식들이다. 그래도 이 테마는 잘도 통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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