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자와 경제가 함께 사는 길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9시 56분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쟁 관계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연합전선을 형성해 노동계 동투(冬鬪)가 가열될 전망이다.

근로자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인원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기로 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부실을 떨어내기 위한 구조조정(인원감축)에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투쟁은 역설적으로 경제회복을 지연시켜 실업을 늘릴 수 있다.

대우자동차의 법정관리 결정을 앞둔 인천지법이 최근 노조 등 회사 구성원들의 구조조정 수용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대우자동차에 요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무상황 경영상태 외에 구성원들의 자구의지는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 자료이므로 인천지법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대우차 노조가 구조조정을 끝내 거부하면 매각 값은 떨어지고 GM마저 손들고 나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다. 대우차 처리가 늦어질수록 공적자금 부담이 증가하고 해외 신인도를 추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국 최대의 공기업 한국전력노조는 파업을 일단 유보했으나 민영화를 둘러싼 노사정의 줄다리기가 전력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은 순익으로는 차입금 25조원의 이자를 갚기에도 모자라고 매년 발전소 건설을 위해 4조원이 넘는 돈을 신규 차입한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불원간 대우를 능가하는 부실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손해는 전기요금으로 전가된다. 한전노조는 발전소 분할매각 방식의 민영화에는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고 ‘당분간 유보’라는 주장을 펴는 모양이지만 더 이상 공룡 한전의 대수술을 미룰 수는 없다.

한전 민영화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이다. 어정쩡한 타협을 해 하나마나한 구조조정을 한다면 철도청 한국중공업 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도 물 건너간다.

정부는 개혁과제가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닥칠 때마다 인기주의로 흐르거나 원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집단이기주의를 조장한 면이 있다. 공기업 개혁을 외치며 한쪽으로는 낙하산 사장을 줄줄이 내려보내 신뢰를 잃었다. 정부가 먼저 원칙을 지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2002년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면 구조조정은 어려워진다. 기한은 1년 남았다. 모두가 고통분담을 통해 부실을 떨어내야 한다. 이것이 근로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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