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천수 “나 좀 놔줘”…쉴틈없이 혹사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4분


코멘트
‘2002년 월드컵에서 이천수가 펄펄 나는 모습을 보려면….’

제32회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19세 이하)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천수(19·고려대)는 청소년과 올림픽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베스트 11’을 놓치지 않아 ‘한국축구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월드스타’는 뛰어난 기량과 투지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최근 이천수의 행보를 보면 자칫 ‘한때 가능성이 있었던 선수’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우선 너무 혹사당하고 있다. 대표팀경기와 올림픽, 그리고 청소년대회…. 쉴 틈을 주지 않고 있다. 특히 이천수는 습관성 어깨 탈골과 발목부상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대회 때만 되면 대표팀에 불려 다녀 치료에 전념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

또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았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청소년팀에서 활개를 치던 이천수가 시드니올림픽에선 비신사적인 플레이와 다소 무력한 플레이를 보여줬던 게 그 좋은 예. 이는 성적에만 치중하는 한국 축구의 잘못된 풍토에서 기인한 것이다.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는 장기적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

마지막으로 해외진출.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유망주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내보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이천수에게 가장 좋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천수는 일본 J리그 쪽을 원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서 1, 2년 뛰면서 지명도를 높인 뒤 유럽 쪽으로 진출하겠다는 계산. 하지만 협회는 유럽으로 바로 진출해 선진축구를 접하기를 바라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에 진출한 안정환(페루자)이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따져보는 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