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0]베이커-크리스토퍼 법정싸움 지휘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5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벌어진 ‘13일의 1차 혈투’에 지구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진영은 당대 최고의 변호사들을 투입, 13일 오전(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수작업 재개표 중지 가처분 소송 1차 심리에서 설전을 벌였다.

양측의 법정 공방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은 묘하게도 국무장관 출신의 제임스 베이커(부시후보)와 워런 크리스토퍼(고어후보). 공방의 선봉에는 부시후보측에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법무차관보를 지낸 시어도어 올슨이과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차관을 역임한 조지 터윌리거가, 고어후보측에선 하버드대법대교수 출신으로 저명한 헌법학자인 로렌스 트라이브와 1997년 마이애미 시장선거 소송에서 맹활약, 결국 선거 결과를 뒤집은 켄덜 카피 변호사가 나섰다.

소송을 제기한 부시후보측은 ‘현상유지’를 위한 근거 제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플로리다로 직접 날아가 진두 지휘에 나선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플로리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작업 재개표 작업은 부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헌법상 권리를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개표에 동원된 컴퓨터는 공화당편도, 민주당편도 아니며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편견도 없다는 게 부시후보측의 논리. 반면 인간이 하는 수작업 개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기계로 한 개표 결과를 유지한 채 해외 부재자 투표의 집계 결과가 나오면 승복해야 한다는 것.

이에 고어후보측은 팜비치 카운티의 1% 수작업 재개표 결과에 고무된 표정으로 ‘현상 타파’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은 “수작업 재개표는 플로리다주 법이 기계 투표의 검증을 위해 허용하는 절차로 다른 많은 주에도 있는 제도다.

혼돈 상황은 며칠만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부시후보측의 공세를 일축했다. 그는 12월18일까지 시간을 끌려는 것이 아니냐는 부시후보측의 공세에도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가급적 빨리 공정한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반박했다.법률 전문가들은 연방법원이 민감한 선거문제에 개입하기를 원치 않는 점을 들어 고어후보측의 승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그러나 주심인 도널드 미들브룩스 판사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든 이 사건은 연방최고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최영훈기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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