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국/알몸수색은 최후수단이다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31분


서울지법 민사합의17부는 10일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서에 연행돼 알몸수색을 당한 여성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알몸수색의 위법성을 확인해 주었다.

사실 10월은 전교조 여교사에 대한 알몸수색 등 여성 피의자에 대한 알몸수색의 문제점이 연이어 부각된 달이었다. 사실 알몸수색은 최근 갑자기 발생한 일도 아니며 특정 경찰서에서 우연히 발생한 일도 아니다. 이는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을 근거로 전국에서 유치장에 입감되는 대부분의 피의자에게 시행돼온 절차였다.

알몸수색에 대해 언론과 인권 사회단체로부터 강한 비판이 계속되자 현행 법규를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하던 경찰청도 관련 경찰관을 징계하고 알몸수색의 법적 근거가 된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개정의 핵심은 구속영장 발부자와 중범 피의자에 대해서는 지금 같은 '정밀 신체검사'를 계속 시행하되, 이에 해당되지 않는 피의자는 '간이 신체검사'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 규칙에서도 알몸수색의 허용 요건과 절차는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알몸수색에 의한 인권침해가 예방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알몸수색의 목적은 구금시설에 구금된 피의자의 자해 또는 증거은닉, 유치인 끼리의 살상 등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몸수색은 시민의 수치감을 극대화하고 프라이버시를 결정적으로 침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허용돼야 한다. 따라서 피의자 유치 및 소송규칙 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한번 더 개정돼야 한다.

첫째, 알몸수색은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와 관계없이 피의자가 마약 등 금제품이나 흉기를 소지했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허용돼야 한다. 구속영장 발부가 당연히 알몸수색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해돼서는 안된다. 그리고 상당한 이유 에 대한 판단은 경찰관의 주관적 직감이 아니라 체포된 피의자의 죄명과 전과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알몸수색에 대한 필요성이 인정돼도 수사기관은 바로 이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먼저 피의자가 옷을 입은 상태에서 손으로 두드려 검색하는 외표검사 (外表檢査)를 실시하거나 금속탐지기를 사용해 흉기나 금제품을 찾도록 규정해야 한다. 즉, 알몸수색은 최후수단으로 시행돼야만 한다.

셋째, 알몸수색을 할 때 수사요원은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피의자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행장소는 반드시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차단된 곳이어야 하며 특히 여성 피의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여성 수사요원이 수색을 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이런 규정을 위반한 수사요원에 대한 민사적 형사적 제재가 명문화돼야 한다.

요컨대 세세한 통제절차 없는 알몸수색의 남용은 필연적으로 인권침해를 야기하며, 이는 문명사회의 수치이다.

조 국(동국대 교수·법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