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현대건설-쌍용양회 회생 가능한가"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09분


"바람앞의 촛불인가"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로 비유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은 3일 퇴출대상 기업을 발표하면서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를 '기타'로 분류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신규자금 지원은 중단하되 기존 여신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만기를 연장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과 쌍용양회가 일단 퇴출명단에서 제외됨에 따라 회생이 가능할것이라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제시하고있다.

그러나 두회사의 운명은 현재로선 그다지 밝지 못하다는 것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게 또한 현실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3일 이와관련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의 경우 유동성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채권단의 금융지원으로 연명해옴에 따라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해 왔다"며 " 이번 조치를 통해 오늘 이후 두 기업에 대해 채권단의 신규지원은 전혀 없을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두 회사는 자력에 의해 스스로 회생하지 못해 법정관리 등 처분의 법적요건을 갖추게 되면 즉시 예외없이 조치하겠다"고 강경론을 폈다.

이 금감위원장은 또 "(이번 조치로) 대기업도 시장원리에 의해 언제든지 퇴출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것으로 본다"며 "현대건설을 곧바로 법정관리로 지정하지 않은것은 법정관리 요건을 지정할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법정관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심각한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가 난 이후에 지정할수 있지만 (현대건설은) 아직 부도 이전 상황이라는 얘기다.

정부나 채권단의 발표대로 신규자금 지원이 끊길 경우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기존 여신에 대해서는 만기가 연장되더라도, 새로운 자금수요가 생길 경우 곧바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두 회사는 이에대해 "현재 영업활동과 수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채권단의 무차별적인 자금회수만 없으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채권단과 금융감독원이 이날 밝힌 조치내용의 속내를 살펴보면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의 회생 가능성보다는 향후 법정관리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지적도 되새길만 대목이다.

김경림 외환은행장도 이날 "현대건설에 대해 연말까지 기존 차입금의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이는 현대건설의 자구안이 연말까지 만기연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일단 자구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기존 차입금 외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결국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는 당장 내일부터 돌아오는 진성어음은 모두 갚아야 법정관리를 통한 퇴출의 운명을 피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두 회사가 연말까지 자구계획을 실현, 자력갱생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겹겹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6, 7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구성, 만기연장 기간과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처리를 놓고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던 채권단, 특히 2금융권까지 포함된 채권단이 만기연장에 일사분란하게 동의해줄지는 의문이다.

대기업들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회수자제 결의가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는 과거 사례는 두 회사의 앞날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동원<동아닷컴 기자> daviskim @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