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신도시 외곽 주민도 시민입니다"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9시 08분


“신도시 사람만 시민이고 우린 사람 취급도 못받아요.”

일산 신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외곽에 살고 있는 한한갑씨(53·덕양구 강매동)의 하소연이다. 5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고양시민 한씨가 생활에서 겪는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분명 시(市)에 살고 있지만 오지 마을과 다를 바 없는 기반시설 때문이다.

▼신도시車 마을도로 점령▼

아침에 눈을 뜨면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마을도로는 일산과 화정 등 신도시 주민들의 차량들로 붐빈다. 막히는 자유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통과하려는 차량들이 우회하기 위해 좁은 마을도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입한다.

이 때문에 30분마다 한 대 꼴로 있는 마을버스(승합차)가 마을도로로 들어오지 못해 이 마을 학생들은 먼 거리를 우회해 학교에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비포장인 농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30여분을 달리거나 아니면 걸어야 하는 것.

▼낮엔 난지도 악취로 고통▼

도로사정이 어려워 마을 주민들은 유치원도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한다. 두 곳의 유치원 외에는 차량을 보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시에서 조만간 도로를 확장해주겠다고 하지만 한씨는 그것이 반갑지만은 않다. 도로가 확장되면 차량이 더욱 몰릴 것이고, 이 차량들이 일으키는 먼지 때문에 농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햇살이 중천에 떠오를 때 쯤이면 마을 바로 앞에 있는 서울시 난지하수처리장에서 스멀스멀 밀려오는 악취로 마을 주민들은 또 한 번 고통을 겪는다.

주부들에게는 상수도가 가장 큰 걱정거리. 이 곳은 아직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아 지하수를 마을 공동 간이상수도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상수도 없어 지하수 이용도▼

92년 2월 고양군에서 시로 승격됐지만 이 곳처럼 상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은 일산구 고봉동 전역(인구 1만)과 신도동, 효자동 일부 등 시 외곽 곳곳에 널려 있다.

강매동은 올해 말까지 급수관을 연결, 내년초에나 수돗물을 맛보게 될 형편. 고봉동은 2002년에야 통수(通水)시킨다는 게 시의 장기 계획이다.

일산 신도시에 살다 이 곳으로 시집온 엄유경씨(31·여)는 허술한 여름철 위생관리에 불안해했다.

그는 “일산에선 공무원들이 여름철에 거의 매일 소독하는 모습을 봤는데 이 곳은 하천변인데도 소독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신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시장이 직접 나서지만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이 곳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여름철 소독 구경도 못해"▼

2개 구(區)로 나뉜 고양시 인구는 덕양구 37만, 일산구 42만(일산 신도시는 28만).

일산 신도시를 포함한 일산구에는 종합병원이 세 곳 있으나 덕양구에는 한 곳만 있다.

기본 문화시설인 극장이 덕양구에는 한 곳(상영관 2개)만 있으나 일산구는 세 곳(상영관 8개)이 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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