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신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외곽에 살고 있는 한한갑씨(53·덕양구 강매동)의 하소연이다. 5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고양시민 한씨가 생활에서 겪는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분명 시(市)에 살고 있지만 오지 마을과 다를 바 없는 기반시설 때문이다.
▼신도시車 마을도로 점령▼
아침에 눈을 뜨면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마을도로는 일산과 화정 등 신도시 주민들의 차량들로 붐빈다. 막히는 자유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통과하려는 차량들이 우회하기 위해 좁은 마을도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입한다.
이 때문에 30분마다 한 대 꼴로 있는 마을버스(승합차)가 마을도로로 들어오지 못해 이 마을 학생들은 먼 거리를 우회해 학교에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비포장인 농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30여분을 달리거나 아니면 걸어야 하는 것.
▼낮엔 난지도 악취로 고통▼
도로사정이 어려워 마을 주민들은 유치원도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한다. 두 곳의 유치원 외에는 차량을 보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시에서 조만간 도로를 확장해주겠다고 하지만 한씨는 그것이 반갑지만은 않다. 도로가 확장되면 차량이 더욱 몰릴 것이고, 이 차량들이 일으키는 먼지 때문에 농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햇살이 중천에 떠오를 때 쯤이면 마을 바로 앞에 있는 서울시 난지하수처리장에서 스멀스멀 밀려오는 악취로 마을 주민들은 또 한 번 고통을 겪는다.
주부들에게는 상수도가 가장 큰 걱정거리. 이 곳은 아직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아 지하수를 마을 공동 간이상수도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상수도 없어 지하수 이용도▼
92년 2월 고양군에서 시로 승격됐지만 이 곳처럼 상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은 일산구 고봉동 전역(인구 1만)과 신도동, 효자동 일부 등 시 외곽 곳곳에 널려 있다.
강매동은 올해 말까지 급수관을 연결, 내년초에나 수돗물을 맛보게 될 형편. 고봉동은 2002년에야 통수(通水)시킨다는 게 시의 장기 계획이다.
일산 신도시에 살다 이 곳으로 시집온 엄유경씨(31·여)는 허술한 여름철 위생관리에 불안해했다.
그는 “일산에선 공무원들이 여름철에 거의 매일 소독하는 모습을 봤는데 이 곳은 하천변인데도 소독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신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시장이 직접 나서지만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이 곳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여름철 소독 구경도 못해"▼
2개 구(區)로 나뉜 고양시 인구는 덕양구 37만, 일산구 42만(일산 신도시는 28만).
일산 신도시를 포함한 일산구에는 종합병원이 세 곳 있으나 덕양구에는 한 곳만 있다.
기본 문화시설인 극장이 덕양구에는 한 곳(상영관 2개)만 있으나 일산구는 세 곳(상영관 8개)이 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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