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대출왜곡 심각하다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58분


한국은행 조사결과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의 대출이 제조업보다는 음식 숙박업 등 서비스업 쪽으로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은행대출금 가운데 서비스업종의 비중이 97년말에는 23.4%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6월말에는 33.6%로 무려 10.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반대로 제조업은 52.4%에서 45.5%로 6.9%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경제는 심각한 불균형상태에 빠지고 불건전한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조사결과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 추이를 예의 주시코자 한다.

은행들이 서비스업종에 집중적으로 대출하기 시작한 것은 98년1월, 정부가 그동안 대출을 금지했던 음식 숙박업 부동산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긴 했지만 정부가 풀지 말아야 할 규제를 서둘러 해제함으로써 더 큰 부작용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그런 기회를 한껏 이용하고 있는 은행들의 대출자세 또한 개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은행들이 식당 도박장 안마시술소 같은 향락 소비성 업체에 경쟁적으로 대출을 확대하다 보니 러브호텔이 우후죽순처럼 창궐하게 되고 주민은 불건전한 소비생활로 유도되고 있다. 그 통에 국가산업의 원동력인 제조업 쪽에는 돈가뭄이 들어 견실한 기업들이 하루살이식으로 연명하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은행의 여신관리가 강화되면서 기업에 대한 대출자체가 감소하고 있어 자금의 분배왜곡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증권시장이 침체돼 기업들이 자금을 직접조달할 기회를 잃고 있는 상태에서 은행들이 이처럼 눈앞의 이익만 취하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기업자금난은 지금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비록 대출이 은행의 고유권한이라고는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빚어지도록 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자세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이다.

금감원은 최소한 구조조정 대상 은행만이라도 공적자금 지원규모와 연계해 불건전 업종에 대한 여신편중 현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계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은 공적자금이 퍼부어질 은행들이 러브호텔에나 대출해주면서 경영정상화를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다소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제조업을 우대해야 한다. 제조업을 푸대접해 국가경제가 어려워지면 은행인들 견딜 수 있겠는가. 은행과 감독당국 모두의 반성과 태도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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