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권사 애널리스트 외국인 투자가에 장문의 호소문

  • 입력 2000년 10월 13일 09시 46분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데일리에다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국내 투자자들과 상생(相生)할 것을 요구하는 장문(長文)의 편지를 썼다.

“외국인 투자가에게 告하는 글(Don’t Play Trick On Us)”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쓴 장본인은 동원증권 동향분석실의 정동희 연구원.

그는 이 편지에서 태평양을 건너 먼 이국에서 한국시장까지 먼 걸음을 아끼지 않고 신흥국가 중에서 한국시장을 아껴준 애정에 감사를 표한다고 운을 뗀 뒤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주식시장을 놓고 함께 심사숙고하자는 취지에서 글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시장과 선물 및 옵션시장의 머니게임 상대방으로서 향후 생존을 위한 방안을 함께 탐색하자고 제의하고 본국인 미국증시가 최악의 상황을 나타내는데 대해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정 연구원은 진흙탕처럼 혼탁해지고 있는 한국증시에서도 “그대(외국인 투자가)들은 매우 난감한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특히 올들어 주식 평가손이 약 30조원(환차손익 제외)에 육박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주식시장은 아무리 묘책을 써도 한쪽 게임 당사자만의 일방적인 승리는 도저히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특히 어제(12일)와 같이 죽어가는 시장을 갖고 노는 전략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Dear foreign investors, Don’t make a fool of US)”라고 촉구했다.

정 연구원은 “그대들의 현물매도 전략은 취약한 수급상황에서는 공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선물시장에서의 신규매도 및 전매중심의 숏플레이 전략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선물/옵션시장 전략을 미리 간파하고 결전의 태세를 갖추는 국내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어 지난 98년과 같은 선물/옵션시장에서의 일방적인 승리를 재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정 연구원은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그대들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 국내투자자와의 공생을 모색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생의 방안으로 한국증시의 대표주인 삼성전자 매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들의 요구대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위험(Country Risk)를 낮추는 상황에서 한국 대표주를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지 않은가?”하고 반문했다.

정 연구원은 외국인들에게 2차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구호’나 ‘정치쇼’에 그치지 않고 환부를 도려내는 뼈 아픈 ‘환골탈태’가 되도록 함께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보자고 제의하며 “누이좋고 매부좋은 윈-윈 접근만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것을 믿어보자”고 끝을 맺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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