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사범 기소 공평한가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57분


이제 법원에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공소시효 만료(13일)와 함께 16대 총선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으나 우려했던 대로 편파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 여당은 봐주고 야당 당선자를 집중적으로 기소했다는 것이다. 결국 엄정한 선거사범 처리는 법원의 몫으로 넘어갔다.

물론 검찰은 오직 범죄혐의와 증거에 따라 기소여부를 결정했다고 말하고 있고 외형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한 수사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15대 때는 입건된 당선자 125명 가운데 10명을 기소, 기소비율이 8%에 그쳤으나 이번에는 125명의 당선자를 입건해 25명을 기소(20%)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입건된 당선자는 민주당 59명, 한나라당 58명, 자민련 8명으로 여당이 오히려 많은데 기소된 당선자는 한나라당(15명)이 민주당(9명)보다 훨씬 많다.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의 기소 숫자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입건된 5명이 모두 기소됐으나 민주당은 13명 중 8명만 기소됐다. 더구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비용 초과 지출 혐의로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민주당 당선자 4명이 모두 불기소 처리된 것도 의문의 대상이다.

문제는 이같은 불공정 시비가 단순 산술 비교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거의 비슷한 혐의인데도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처리결과가 달랐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선관위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선거비용 초과지출 관련 당선자 등에 대해 13일 추가로 재정(裁定)신청을 하기로 한 것은 검찰의 선거사범 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노골적인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현직 판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각급 선관위의 고발 또는 재정신청 결정은 그 자체로 상당부분 혐의가 인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실제로 법원이 이미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재판에 넘긴 여당 당선자 2명의 경우 모두 선관위의 재정신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법원은 올 3월 선거사범 전담 재판부 회의에서 재정신청이 들어오면 적극 받아들이고 재판에서는 혐의가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릇된 정치행태와 선거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법원이 그 소임을 다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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