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공무원연금법 개정안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37분


행정자치부가 9일 입법 예고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1960년 연금제도를 도입한 이래 20여 차례 실시된 개정작업 중 가장 큰 폭의 ‘대수술’이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내년에 연금기금이 고갈돼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누적된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바꾼 탓에 공무원의 연금혜택은 줄고 국민은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연금혜택 감소▼

우선 연금액 산정기준이 ‘퇴직 당시 최종 보수월액’에서 ‘퇴직 전 최종 3년 평균보수’로 바뀜에 따라 2003년부터는 현행보다 연금수령액이 1% 가량 준다. 32년간 재직한 뒤 6급 29호봉으로 2003년에 퇴직하는 공무원의 경우 현행 연금수령액은 월 140만5778원이 되지만 개정안에 따를 경우 월 139만2717원으로 0.9% 줄어든다.

경과규정에 의해 내년 퇴직자의 월 연금은 현행과 같으나 2002년 퇴직자는 ‘최종 2년 평균보수’가 적용돼 0.5% 정도 감액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연동해 연금액을 인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보수인상률보다 연 1∼1.5% 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돼 이 비율만큼 연금액이 감소해 향후 3∼4년 이후 연금 수령액은 현재보다 2∼2.5% 정도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물가상승률과 보수인상률이 현격하게 차이날 경우 연금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5년마다 연금액을 재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퇴직자에게만 연금액의 50%를 지급하지 않던 ‘연금지급정지제도’가 유예기간(5년)이 끝난 이후 확대 적용된다. 즉 민간기업 에 재취업하거나 또는 자영업으로 상당한 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연금이 최고 50% 감액된다. 이번 연금법 개정으로 재취업하지 않는 일반 퇴직자의 연금 수령액이 현재보다 총 2∼3%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공무원 연금제도와개정안 비교■

 현 행개 정 후
연금 부담률공무원 7.5%, 정부 7.5%

(정부 추가 부담 없음)

공무원 9%, 정부 9%

(정부 추가 부담 약 5%)

연금지급

개시연령

20년 이상 근무자 연령 관계없이 퇴직 후 지급내년부터 50세 이상 지급, 2년에 1세씩 인상해 2021년부터 60세 이상 지급
연금산정기준퇴직 당시 최종 보수월액퇴직 전 최종 3년 평균보수
연금액인상기준퇴직시 직급 호봉이 같은 재직자의 보수인상률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
재취업자 연금감액퇴직후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기관에 취업한 경우에 감액민간기업 취업과 자영업 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감액(5년후 실시)

■최종 3년평균보수 적용시 월연금액■

구분2001년 퇴직2002년 퇴직2003년 퇴직
현행130만4800원135만5364원140만5778원
개정 후130만4800원134만8722원139만2717원
감액없음0.5%0.9%

▼국민부담 증가▼

정부 부담률이 현행보다 1.5%포인트 인상된 데다 정부가 앞으로 발생하는 연금부족액을 추가 부담키로 해 정부 차원에서 현재보다 연간 총 975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정부의 보전율은 매년 5%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 부담률이 1% 증가하면 연간 1500억원이 더 소요된다.

내년 추가부담 규모는 총 8612억원으로 중앙정부가 3100억원, 지방자치단체가 2282억원, 각 시도교육청이 3230억원을 분담하게 된다. 국가와 지방공무원, 교육공무원에 따라 부담하는 주체가 다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세든 지방세든 결국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연금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일시에 대폭 개정하는 바람에 단기간에 국민의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연금재정 왜 바닥났나▼

97년 말 6조2000억원에 달하던 공무원연금기금이 올해 말 1조2000억원으로 줄고 내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지경에 처했다.

연금재정이 갑자기 악화된 주원인은 현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실시한 정부 구조조정으로 인해 퇴직 공무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퇴직자 수는 97년 3만4000명에서 98년 5만5000명, 99년 9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97년 1000억원에 불과하던 연간 연금 수지적자(연금지출―연금수입)가 98년 1조7000억원으로 17배나 증가했고 99년에는 2조7000억원이 됐다. 올해의 수지적자도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와 공무원의 비용부담률이 1960년 연금제도를 도입한 이후 장기간 낮게 책정돼온 구조적 문제도 연금재정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공무원의 비용부담률은 60년 2.3%에서 시작해 70년에 5.5%, 96년 6.5%, 99년 7.5%로 꾸준히 인상돼 오다 이번에 9%로 올리는 안이 나왔다.

그동안 비용부담률은 퇴직자의 연금혜택 정도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독일과 대만 등은 오래 전부터 연금 전액을 정부가 부담해왔으며 일본의 경우 공무원과 정부 부담률이 각각 9.195%다. 미국은 정부와 공무원 부담률이 7%씩이다.

게다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그동안 연금기금을 다소 방만하게 운용해온 데다 평균수명이 60년 52세에서 지난해 74.5세로 늘어나면서 연금수급자가 크게 증가한 것도 한 요인이 됐다.

▼연금법 문답풀이▼

문: 연금지급을 시작하는 나이를 올리는 이유는….

답: 근로능력이 있는 40, 50대에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퇴직자의 노후생활을 위해 마련된 연금제도의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 또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60세 이후부터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문: 지급하는 나이를 올리면 현직 공무원은 어떻게 되나.

답: 법 개정 당시 2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법 개정 이후에도 연령에 상관없이 퇴직 즉시 연금을 지급한다. 또 법 개정 당시 15년 이상 20년 미만 재직자는 22년 내지 30년간 재직하면 연금을 지급하도록 경과규정을 두었다. 6급 이하의 경우 직급정년이 57세인 점을 감안해 57세부터 연금을 지급한다. 지급개시연령에 미치지 못하는 퇴직자에겐 일정률을 감액하여 연금을 지급한다. 구조조정 등으로 감원되거나 장애로 인해 퇴직할 경우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연금을 지급한다.

문: 연금액 산정기준을 ‘퇴직 전 최종 3년 평균보수’로 왜 바꾸었나.

답: 연금가입 전체기간의 보수를 평균하여 산정하는 것이 연금제도의 취지에 맞는 것이나 이는 재직자에게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최종 3년을 평균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퇴직수당과 명예퇴직수당 등은 현행대로 최종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지급한다.

문: 민간부문까지 적용하는 연금지급정지제도를 5년간 유예하는 이유는….

답: 민간부문에 재취업해 자영업 등을 하는 퇴직자의 경우 정확한 소득파악이 어렵고 이 제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준비절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추가로 연금부족액을 부담하는 이유는….

답: 지난 40년간 정부 부담률이 낮아 연금재정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사용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인데 선진국들도 정부가 추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연금기금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성진기자>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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