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검찰 선거사범 기소 고민

  • 입력 2000년 10월 8일 18시 52분


16대 총선 선거사범에 대한 막바지 처리에 열중하고 있는 검찰이 선관위와 여야 정치권의 무더기 재정신청 움직임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5일경 선거사범들에 대한 기소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를 9일 이후로 미루고 작업중이다. 검찰은 쉽게 내린 결정이 곧바로 법원에 대한 재정신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적지 않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월16일 선거법 개정과 함께 재정신청권을 가지게 된 선관위가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검찰로서는 가장 껄끄러운 대목이다.

같은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대규모 재정신청을 낼 경우 “이번 선거만은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누누이 밝힌 검찰에 대한 불신 여론이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이미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고발된 민주당 김영배(金令培·서울 양천을)이창복(李昌馥·강원 원주)의원과 한나라당 이상현(李相賢·서울 관악갑)후보에 대해 선관위가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1심 재판에 회부했다.

선관위는 또 선거비용 실사결과 비용을 초과 지출한 혐의가 드러나 의원 본인이나 회계책임자를 고발한 당선자 19명(민주당 12명, 한나라당 7명)의 경우 검찰이 불기소하면 예외 없이 재정신청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재정신청권이 있는 ‘상대 후보’와 ‘중앙당’도 대거 재정신청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로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에 검찰이 13일까지 추가로 기소하거나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는 대상자까지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기소되는 당선자는 20명을 넘을 전망이다. 검찰은 8일 현재까지 한나라당 9명, 민주당 6명, 자민련 1명 등 16명을 재판에 회부한 상태.

한편 법원은 3월20일 선거사범 전담재판장 회의에서 “검찰이 불기소한 정치인들에 대해 재정신청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15대의 경우 모두 18명이 기소돼 이중 7명이 재판을 거쳐 의원직을 상실했었다.

일반적으로 범죄의 고소 또는 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 신청을 받은 법원은 심리 후 검찰의 불기소가 잘못됐다고 판단할 경우 피신청자를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형법상 공무원 직권남용죄에 대해 허용되고 있으며 선거법도 일정한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후보를 고소 또는 고발한 상대방 후보자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정신청권을 주고있다.

선관위의 경우 고발 후 3개월 이내 혹은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10월13일) 10일(10월3일)전까지 검찰이 공소제기를 하지 않은 경우 공소시효 만료일 전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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