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리옹 댄스 비엔날레]프랑스 '아시아춤'에 빠지다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50분


제9회 리옹 댄스 비엔날레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매번 세계의 특정 지역을 주제로 삼는 이 행사의 올해 주제는 ‘실크로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몽골 등 실크로드를 거쳐가는 13개국 34개 단체가 참가해 3주간 프랑스 중동부의 도시 리옹을 ‘춤의 열병’에 빠뜨렸다.

자연스럽게 리옹의 ‘화두’는 아시아적 춤의 세계와 서구 무용계가 본 아시아였다. 프랑스 안무가 장 클로드 갈로타의 신작 ‘마르코 폴로의 눈물’.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 폴로의 25년 중국 여행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네덜란드 ‘HET 댄스 시어터’는 중국 시안(西安)에서 유럽에 이르는 실크로드의 춤을 모은 ‘시안의 꿈’을 무대에 올렸다.

참가팀의 주류를 이룬 아시아 무용단체 중에서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대만 린화이민과 일본의 데시가와라 사부로의 공연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시아의 춤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氣)와 불교, 힌두교, 유교와 같은 아시아권의 전통적인 종교에 대한 관심,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중시하는 경향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예를 들어 린화이민의 춤은 동양적 삶과 사고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될 수 있는 기(氣)에 관한 반응들이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매우 느린, 태극권의 움직임들이 응용되기도 하였다.

반면 데시가와라 사부로는 동양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태생’과는 다른 서구적인 구조의 춤을 만들었다. 본인도 자신의 춤을 일본의 전통춤이나 부토 등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현대무용으로 소개하였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홍승엽의 ‘댄스 시어터 온’과 역동적인 사물놀이 음악을 배경으로 한 창무회의 춤은 느리거나 무거운 아시아 현대무용의 전반적인 흐름과는 전혀 다른 춤을 보여주었다는 차원에서 ‘새롭고도 특별한 아시아의 춤’이란 평가를 얻었다.

리옹시는 총행사 진행비 2800만프랑(약 40억) 가운데 절반을 부담했다. 티켓 판매 수입은 전체 예산의 25% 수준이었고 유료관객 점유율은 90%에 이르렀다. 자치단체의 지원이나 표를 사기 위해 줄서는 유료 관객의 행렬 모두 부러운 풍경이었다.

<리옹(프랑스)〓박성혜(댄스 매거진 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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