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國防만큼 중요한 出産

  • 입력 2000년 9월 28일 18시 57분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30년 동안 계속 떨어져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유럽과 일본 수준에 근접했다. 여성의 결혼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결혼연령층 인구 및 여성 1명당 평균출생아수의 감소, 양육비 부담의 증가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출산율 저하 추세를 이대로 두면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노인이 늘어나고 그들을 부양할 젊은이가 줄어들면 인구폭발보다 더 심각한 경제 사회문제가 나타난다. 유엔은 한국이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해 지금의 경제력을 유지하려면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 초 내놓은 바 있다. 그렇지만 이민 노동자의 수입도 심각한 사회적 문화적 갈등을 낳는다.

연금을 타고 의료비가 많이 드는 노인들이 늘어나다 보면 연금 의료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과 병력가용인력의 감소 등 여러 분야에서 심각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인구감소 문제는 유럽 국가들이 오래 전부터 고민해온 것이다. 스웨덴은 출산보조금, 세금공제, 유급 출산휴가 같은 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웃 일본은 ‘무자식 망국론’을 부르짖으며 여성들의 출산을 장려하는 에인절 플랜(천사계획)을 만들어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출산여성에게 현금으로 보조금을 주고 있다.

우리도 직장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유급 모성휴가를 연장하고 보육시설을 많이 짓고 부양가족 소득세 공제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헌법재판소가 공무원 채용시 군필 남성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려 군복무를 마친 남성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여성이 군대 보낼 남성을 출산해 양육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맞는 이야기다. 이제 여성들의 출산을 남성들의 군복무 이상으로 대우하고 지원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한국 남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따르는 일을 모두 여성에게 미루는 악습도 시정돼야 한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지아비가 많아져야 여성의 출산이 늘어난다. 정부도 내년 7월부터 남성들에게 산모 간호휴가를 1주일씩 줄 방침이나 기업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선진국에서는 남성들에게 산모간호 휴가를 4주씩 주는 나라도 있다는 것을 참고해주기 바란다.

인구정책은 지금 시행하더라도 15∼20년 후에나 결과가 나타난다. 60, 70년대 가족계획 운동을 하던 열정 이상으로 출산장려 정책에 관심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결혼과 가족의 신성함을 젊은 세대에게 인식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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