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자전거로 씽씽…"출퇴근 신나요"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47분


“에너지도 절약하고 건강도 지키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부터 세상도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회사원 심종섭씨(27·출장뷔페 요리사)의 출퇴근길은 이제 더 이상 고통의 시간이 아니다. 도로에서의 짜증나는 체증이나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의 부대낌도 남의 일이 된 지 오래.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리며 시원한 아침공기를 마실 수 있는 그의 출근길은 이제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그만의 행복한 시간이 됐다. 하루에 휘발유 5ℓ 가량을 아끼는 셈이니 에너지 절약에 앞장선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심씨는 최근 자신과 같은 자전거 출퇴근족(族)이 점차 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6개월 전 자전거로 처음 출퇴근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강변 출퇴근길에서 만난 20여명의 얼굴을 모두 기억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 수가 50명도 넘어 일일이 얼굴을 기억하기 어려워 진 것.

◇최상의 컨디션…자신감 생겨

▽왜 자전거인가?〓영등포구 신도림동 집에서 회사가 있는 송파구 방이동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출근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20분 정도.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출근시간이 50분으로 줄었다. 속도는 시속 30㎞ 안팎에 불과하지만 도중에 멈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단축된 것.

점점 부실해지던 하체 근육도 이제 운동선수 부럽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자전거를 타면서 담배도 끊고 매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을 하다보니 최상의 몸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해도 한 달 평균 15만원 가량의 교통비가 들었지만 이제는 그의 가계부에서 ‘교통비’ 자체가 사라졌다. 가급적 술도 자제하게 돼 매달 술값으로 나가는 10만∼20만원의 돈도 아낄 수 있게 됐다.

▽자전거를 타면 세상이 변한다〓그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없더라도 자전거 출퇴근은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강조한다. 자전거를 탄 뒤 가장 좋은 건 바로 그에게 무기력한 일상이 사라졌다는 것.

“6개월만에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늘 지쳐 허덕거렸는데 요즘에는 하루하루 힘이 나고 즐거워졌어요. 아침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예전처럼 고통스럽지 않고, 일에 대한 자신감도 살아났습니다. 자전거 한 대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다 보면 친구도 점점 늘어난다. 자신들만의 동질감 때문인지 한 두번 눈인사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절친한 친구가 돼 출퇴근길에 잠시 쉬며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별도의 동호회 모임을 갖기도 한다.

◇"전용도로 많이 생겼으면…"

▽그래도 아직 불편한 것들〓자전거를 아직도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 가장 큰 문제. 차도에서 자전거를 무시하며 길을 내주지 않는 얄미운 운전자가 많은 것도 출퇴근길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인도 옆에 있는 자전거전용도로가 항상 불법주차 차량들로 막혀 제구실을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

‘자전거타기 시민운동연합’ 강중환회장은 “일본만 해도 자전거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등 엄연한 교통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전용도로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한강 둔치 자전거도로 이용하기

남쪽 한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는 광나루에서 양천지구까지 총 36.9㎞. 대부분 한강다리마다 진출입로가 있으며, 6개 시민공원 지구별로도 진출입로가 따로 마련돼 있다. 보통 잠원지구에서 여의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데 걸리는시간은 20분 이내.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이 혼잡한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20분 이상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지구별로 설치돼 있는 50대 규모의 자전거 보관소나 회사 주차장에 자전거를 맡길 수 있다.

■비용은 얼마나?

우선 자전거를 구입하는데 돈이 필요하다. 20단 이상 기어를 장착한 중국산 자전거는 10만원안팎에, 국산은 20만원 정도면 마련할 수 있다. 전문적으로 자전거를 배울 생각이라면 80만원 이상의 전문가용 고급 자전거가 알맞다. 헬멧은 2만∼10만원, 장갑은 1만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전용의류는 아래 위 한 벌에 3만∼5만원 정도.

■자전거 렌터제

집에서 인근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지하철을 이용한 후 직장 부근 지하철역에서 다시직장까지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 밤에는 집에서, 낮에는 직장에서 자전거를 각각 보관한다. 대여료는 한 달에 5000원. 4월부터 5호선 여의도역과 4호선 창동역에서만 시범 실시하고 있다.내년부터는 서울시내 주요 지하철역으로 확대 실시될 예정이어서 이용객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문의는 서울시 교통운영개선기획단 (02―3707―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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