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 '역사적 저점' 행진 기형적 기업 지배구조 탓"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13분


‘최근의 주가하락은 대주주 1인의 기형적인 지배구조에서 비롯됐으며, 지배구조개선 없이는 주가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 너무 지나친 주장일까.’

현재의 주가수준은 호전된 경제상황과 기업실적을 감안할 때 ‘역사적인 저점’이라는게 대다수 증권분석가들의 견해다. 수급문제와 고유가 등 대외적인 여건만 개선된다면 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해 상승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까지 한다.

덧붙여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해두면 얼마 안있어 수익이 날 것이라며 개인들에게 ‘장기투자’를 권유한다.

세종증권 윤재현연구원은 그러나 “수치상(산술적)으로 좋은 경제여건으로는 현재의 낮은 주가수준을 설명할 수 없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혼돈상태에 있으며 혼돈의 뿌리는 투명하지 못한 기업관행과 기형적인 지배구조”라고 지적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최근처럼 560선 이하로 하락한 때는 지난 88년 이후 단 두차례. 80년대 후반 장기호황이 끝나고 경기가 바닥을 쳤던 92년과 외환위기로 국가경제가 붕괴됐던 97∼98년에 주가는 500선대에 머물렀다.

올들어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금리 등 증시주변여건은 92년과 97∼98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특히 기업의 수익성지표인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올 상반기 6.3%로 92년의 1.85%,97∼98년의 마이너스 1.17%에 비해 월등히 높다.

따라서 최근의 주가하락은 이같은 산술적인 경제환경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며, 그것은 기업자금을 대주주 한명이 마음대로 사용하고 주주들에게는 소액의 배당만 해 투자메리트를 감소시킨 기업지배구조라고 윤연구원은 주장했다.

그는 “대주주 전횡의 지배구조하에선 기업에 유보된 자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주가가 낮아야 한다”며 “이런 관점이라면 과거의 주가가 고평가된 것이고 기업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은 현재의 주가수준이 적정하다”고 덧붙였다.

하여튼 국내 증시는 지난 10년간 경제환경과 기업이익과는 관계없이 순전히 심리적 요인에 좌우해 주가가 등락했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다른 환경이 호전되더라도 주가는 반등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윤연구원은 지적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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