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현대에 대우차 단독입찰을 허용한 까닭은

  • 입력 2000년 9월 19일 18시 24분


대우차 채권단이 대우자동차 재입찰에 현대의 단독입찰을 허용했다.

정부도 사실상 이를 인정,하룻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지난 18일 대우차처리방안을 밝히면서 "현대는 반드시 다임러와 함께 참가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단독으로는 대우차를 인수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하루뒤인 19일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는 "만약 다임러가 대우차 인수를 거부할 경우 현대가 다른 외국기업과 제휴해서 대우를 인수해도 좋을것"이라고 고 말했다.

현대의 대우차 단독인수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하룻만에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가 독자적으로 참가하는 것을 용인한다"고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는 정부와 채권단은 외부로부터 쏟아지는 질책을 빨리 벗기위해 '현대를 달래기 위한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자 현대는 외부 발표를 자제하면서도 내심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협의일정을 내세우며 시간을 확보하려했던 현대는 이제 인수여부에 대한 청사진을 곧 정부와 채권단에게 제시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우자동차 인수의 가장 큰 포인트가 동구권 생산기반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대우의 동구권 생산기지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원점부터 다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여 우리에겐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차입찰에 현대와 다임러크라이슬러는 5조 5000억원의 입찰금액을 썼고, GM컨소시움은 이보다 1조원이 적은 4조 5000억원을 제시했다.

채권단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쪽(현대)으로 우호적인 시각을 보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선인수,후정산"방식을 내세운 배경도 채권단이 GM보다는 현대를 더 의식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한가지가 더 있다. GM은 대우차와의 공조관계를 가진적이 있어 누구보다 대우차를 잘알고 있다.

추가적인 실사과정이 GM에게는 필요치가 않을것이라는 얘기다.

현대는 일단 대우차에 대한 충분한 실사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인수-후정산"이 유리할 수가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싼값으로는 GM에 넘기지 않을 방침이라면 현대를 달래기 위한 카드는 계속 나올것이라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김동원<동아닷컴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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