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제 2의 경제위기 현실화되는 것인가

  • 입력 2000년 9월 18일 10시 27분


증시가 바닥을 모른채 추락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600선이 붕괴돼 580대까지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도 10%가 빠지며 80포인트대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 급등, 미국의 반도체주가 하락등 외부 요인과 대우자동차 매각 무산, 금융구조조정 지연, 수급 악화등 국내 요인들 모두 악재만 터져나오면서 증시가 '실신 상태'로 가는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코스닥은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투매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이 매도 공세를 강화하고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주가 하락을 멍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증시 형편.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의 불안은 신상품 도입등의 대증요법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으며 구조조정 가속화등 경제 전반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 구조조정등을 추진하기위한 공적자금 조성이 시급한데도 국회가 정쟁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정부는 실효성 약한 대책만 내놓아서는 '제 2의 경제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굿모닝증권 이근모전무는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를 늘리자 국내 투자자들이 이를 소화하지 못해 즉각 증시에 충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무는 금융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대우차의 매각 지연으로 기업구조조정까지 늦춰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경제 전반의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제 방법은 정부가 구조조정의 고삐를 강화해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K증권 이충식 상무는 "지난97년 기아차 사태때도 주가가 이렇게 큰 폭으로 빠지지는 않았다"며 "우리 경제가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주가가 너무 과도하게 하락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지금은 시장이 자생적으로 반등 모멘텀을 나타낼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 정부가 공적자금을 하루빨리 조성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증시가 안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도 현재로서는 지수 흐름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경제 여건은 국내외적으로 지난97년과 상황이 너무 비슷한게 사실. 대우차 문제가 꼬이면서 은행들도 다시 추가 부실 문제를 안게됐으나 정부는 '시장 자율'을 외치며 안이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

국회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 투신권 수신기반 확충을 위한 비과세펀드 도입등 시급한 현안이 쌓여있음에도 여야간 정쟁으로 인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97년에는 "적어도 IMF에 가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인식 부재까지 있었으나 지금은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이러다가는 제2의 경제위기가 올 것"임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 뿐이다.

'위기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면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희망인 셈이다.

그러나 연말에 만기 돌아올 회사채나 CBO펀드등의 규모가 만만치않고 은행 부실은 점점 더 쌓여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재의 증시 위기를 단순히 증시 대책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이제는 '알면서도 눈뜨고 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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