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의 바둑세상만사]바둑이 올림픽 종목이 된다면?

  • 입력 2000년 9월 9일 17시 35분


시드니 올림픽 개막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며칠 후면 전세계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닦은 기량을 겨루며 금메달을 다툴 것이다. 비록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이지만 승패를 떠나 참가자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운동선수들의 경연장으로만 인식돼 있는 올림픽에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건 어떨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바둑이 어떻게 스포츠냐고 반물할 것이다. 그러나 격렬한 몸싸움 대신 치열하게 두뇌싸움을 벌여야 하는 바둑은 운동경기 못지 않게 에너지 소모가 많다.

다른 나라에서는 바둑뿐 아니라 체스, 브리지, 장기 등 영어로 '보드 게임'이라고 부르는 경기를 일반적으로 두뇌스포츠로 널리 인정하는 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체스는 보드 게임 중에 서 가장 먼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데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바둑을 문화와 스포츠 중간 정도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은 바둑을 확실하게 스포츠로 취급하고 있다. 일본은 아예 바둑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바둑의 해외보급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바둑의 해외보급을 활발하게 벌여왔는데 세계적으로 바둑이 일본말인 '고'로 불리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요즘에는 한국바둑이 세계정상을 차지하는 바람에 빛이 좀 바랜 느낌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일본을 바둑 '종가'로 인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바둑이 만약 올림픽 종목이 된다면 프로와 아마추어 중 어느쪽이 출전하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올림픽에서도 몇몇 종목은 프로선수의 출전을 허용하고 있고,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적이 야구팬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바둑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아마추어의 출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 아마추어 바둑은 지금까지 세계대회에서 그렇게 강한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프로 건 아마추어 건 승부는 붙어봐야 아는 것. 선수 선발을 위한 국내 예선서부터 올림픽에서의 한 게임 한 게임을 상상해보면 바둑팬들은 즐거워질 것이다.

바둑이 올림픽 종목이 된다면 이는 바둑의 급격한 세계보급을 의미한다. 이미 유도와 태권도가 그러하듯이 바둑도 현재의 한중일 3국 위주를 떠나 전세계인이 즐기는 두뇌스포츠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창호9단은 테니스 황제 피트 샘프러스 못지 않게 더 유명해 질 것이고, 세계바둑을 주도하는 우리나라 바둑에도 세계인들이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나라 바둑계도 바둑의 올림픽 종목 채택을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어떨까.

김대현 <영화평론가·아마5단> momi21@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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