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김새힘·새별이의 도농교환학습 “개구리알 만져보니…”

  • 입력 2002년 8월 20일 17시 07분


김새힘(오른쪽)과 새별 남매가 엄마 손민경씨와 시골학교에서 쓴 일기장을 들춰보면서 즐거웠던 날들을 떠올리고 있다.

김새힘(오른쪽)과 새별 남매가 엄마 손민경씨와 시골학교에서 쓴 일기장을 들춰보면서 즐거웠던 날들을 떠올리고 있다.

‘오늘따라 용소분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다. 친구들이랑 고기 잡던 생각, 산딸기 먹던 생각! 너무 용소=분교가 그립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성석초등학교 김새힘(4학년) 새별(2학년) 남매는 여름방학 내내 강원 정선군 백전초등학교 용소분교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그리움을 나타냈다. 방학 때 부모님을 따라 이곳저곳 여행도 해 보았지만 공부하고 뛰놀며 정을 쌓은 마음 속 학교를 잊지 못했다.

새힘 새별 남매는 4월초부터 7월초까지 용소분교에서 공부하면서 마냥 즐겁고 색다른 경험을 했다. 아버지 김요일 교사(38)가 새학기 정선군 고한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만한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자”며 아이들과 아내 손민경씨(34)의 거처를 시골에 마련했던 것. 아이들은 초등학생 도농간 교환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해 용소분교를 다니도록 했다.

용소분교의 학생수는 이 남매를 포함해 11명. 한 반에 30∼40명인 성석초등학교와는 비교가 안됐다. 부부교사가 전학년을 가르쳤다.

“화장실, 밑을 보면 안돼요. 냄새도 얼마나 지독한지….”

새별이가 말하는데 새힘이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좋은 게 더 많았잖아. 공기가 깨끗하고 물도 맑고 친구들이 욕도 안해요. 개구리 다람쥐는 많고 학습지 학원은 없고, 일기는 공책 빼곡히 써야 했지만 매일매일 신나는 일이 많아 쓸 거리는 걱정 없었어요.”

이들 남매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빼곡히 써놓은 일기장에서 허클베리 핀이나 톰 소여가 보낸 것과 같은 나날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밤에 산책을 갔다가 도룡뇽을 봤다. 처음으로 봐서 신기했다. 새별이는 잡기도 하고 얼굴에 올려놓기도 하는데 엄마는 만지지도 못했다.’

‘냇가에서 돌던지고 놀았다. 나는 돌멩이로 6번 튀기게 했다. 신기록이다.’

‘동강이 뱀처럼 구불구불해서 뱀강이라고 생각해 봤다. 밑으로 내려 가면서 애기똥풀즙을 상처난 곳에다 발랐다.’

‘흑염소를 보고 신났다. 여기가 그때 동강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잡은 물고기로 회를 만들었다. 엄청나게 맛있었다.’

‘과학시간에 뱀을 잡기 위해 나갔다. 엄청나게 큰 뱀이었다. 선생님도 무서우셨을까? 툭툭 건드리기만 했다.’

‘내일 우리는 떠난다. 친구들도 정이 들었고 마을도 정이 들었고. 내가 심은 강낭콩이 꼬투리가 나기는 했지만….’

역시 새별이의 일기는 화장실로 시작되고 있었다.

‘정선에 오는 길에 새소리 나무 꽃 모두 아름다워요. 화장실은 더러워서 소변도 참았어요.’

‘개구리 알을 만져보았는데 울쿵울쿵했어요. 물에 빠지기도 했지요.’

‘용소굴에 갔는데 으스스했다. 아빠랑 같이 가도 무서웠다.’

‘폴짝폴짝 개구리가 뛰어갑니다. 내가 어디가니하고 물어보니까 모르는 척하고 폴짝폴짝 뛰어갑니다. 따라가 보니 집에 들어가….’

‘휘진이네 아저씨가 토끼 두마리를 잡아왔다. 토끼가 불상했다. 토끼를 만져주었다. 먹이를 주니 한 마리가 물었다. 기분이 나빴다. 기사님이 토끼집을 만드셨다. 토끼가 집이 마음에 드나 모르겠다.’

엄마 손씨는 말로 거들었다. “시골에선 시간이 천천히 가나요. 가족끼리 대화시간도 많았고 생각에도 여유가 생겼어요. 자연에서의 경험이 아이들이 크게 자라는데 영양분이 될 것 같아요.”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