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영국사립학교 연수기

  • 입력 2002년 7월 9일 16시 57분


로열러셀스쿨 반 친구들과 함께 한 최인정양 (앞줄 오른쪽)
로열러셀스쿨 반 친구들과 함께 한 최인정양 (앞줄 오른쪽)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 장학생 3명이 영국 사립기숙학교(boarding school) 여름학기 정규과정(summer term)에서 공부했다. 이들 장학생은 영국문화원과 영국사립학교협회가 초등 5학년∼중학 2학년생을 대상으로 공개선발했으며 각각 다른 학교에 배정돼 6월 초∼7월 초 영국 학생들과 함께 생활했다. 선발된 학생은 오은환양(서울 가원초등 6·햄프셔 North Foreland Lodge School), 최인정양(서울 경인초등 6·서리 Royal Russell School), 홍성빈군(서울 중동중 2·노팅엄셔 Rodney School)이며 이 중 최양의 체험기를 요약, 소개한다. 세 학생의 수기는 영국문화원 웹사이트(www.bckorea.or.kr)에도 게시된다.편집자》

영국에 도착하던 날은 날씨가 이상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저쪽 하늘은 맑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학교에 닿았을 때는 내가 영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학교가 정말 컸고 환경도 깨끗했다. 학교가 아니라 마치 큰 공원 같았다. 다람쥐들도 다니고 나무들도 참 많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은 정말 심심했다. 기숙사 방을 같이 쓰는 언니들은 상냥하게 학교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말도 걸어왔지만 부끄러운 마음도 있고 영어가 잘 나오지 않아 말을 잘 하지 못했다. 가끔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운 적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신감도 생기고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 온 지 사흘째 되던 날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나는 거의 매일 선생님이 치는 종소리를 듣고 오전 7시10분에 일어난다. 내 경우는 교복 입고 세수하고 이를 닦으면 아침준비가 끝인데 언니들은 화장도 해서 바쁘게 아침준비를 마친다. 아침은 5분 거리에 있는 다이닝홀에서 먹는다. 아침을 먹고 나면 하우스 미팅이 있다. 한국의 가정통신문 같은 주의사항을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신다.

첫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된다. 8학년 수업을 듣는 나의 경우 점심 먹기 전까지 5시간, 점심시간 후에 3시간의 수업이 더 있다.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비원어민은 물론 원어민 학생들도 배우는 ‘영어교육법’ 과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다. 학생이 적어 말하기도 편하고 가장 쉽다.

수업이 끝나면 오후 4시쯤 기숙사에 도착한다. 오후 5시45분에 시작되는 프렙타임(prep time·숙제시간)은 저녁 식사 전인 오후 6시반에 끝난다. 저녁을 먹고 나서 1시간의 프렙이 더 있다. 그 뒤 씻고 정리한 뒤 오후 10시20분 쯤 잠자리에 드는 게 하루 일과다. 영어가 안 돼 힘들 때도 많지만 오후 10시까지 학원에 다녔던 한국에서의 생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수요일에는 춤, 일요일에는 농구를 배운다. 원한다면 평일에 수영 테니스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학교 밖으로 나가서 쇼핑도 할 수 있다. 내 나이 또래를 기준으로 영국 학생들이 한국의 학생들보다 더 자유롭게 지내는 것 같다. 학교에서 암기만이 아니고 음악 체육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여러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학교에서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는 춤이나 농구를 배울 수 없었다. 시간도 없고 학원에 다니는 것만 해도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동안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내가 이곳에서 깨달은 것은 어디에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노력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 같다. 최인정 서울 경인초등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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