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을 집값 '5년 안정세' 계속될까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35분


‘집값이 오를까, 집을 지금 사야 하나.’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에 다니는 이종웅씨(35·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추석을 앞두고 내집마련 작전을 어떻게 짜야할지 고민이 많다. 올해 셋째가 태어나 집을 장만할 때가 된 것. 그가 가진 돈은 벤처기업으로 옮기며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과 전세금을 합쳐 1억5000만원 남짓. 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 부친께 손을 좀 벌리면 주택구입비로 2억원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추석 이후 집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지금 때를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며 은근히 겁도 준다. 전세난이 매매가를 부추겨 한동안 잠잠했던 집값이 추석 이후 들썩거릴 것이란 분석도 귀에 솔깃하다.

그러나 이씨는 선뜻 주택구입이 내키지 않는다. 살 집만 있으면 됐지 당장 내 집을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 때문. 거액이 부동산에 잠기는 것도 마땅치 않다. 추석 이후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주택 구입을 미룰 생각이다. 그러나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고….

▽역대 추석 이후 집값 오히려 약세로 돌아섰다〓추석 이후 집값이 오른다는 생각은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기 때문에 나왔다. 올해는 준농림지폐지, 전세난 등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추석이라는 시기만 놓고 보면 90년대 초반부터 추석이후의 집값은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전세도 마찬가지. 가을 주택수요자들이 추석 이전에 미리 계약을 마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95년 8∼9월 서울 아파트 평당 평균 매매가는 2만9000원 남짓 올랐지만 추석인 9월9일을 지나면서 한 달새 2000원 하락했다.

96, 97년에는 추석 직전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집값이 추석을 기점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는 추석을 지나며 가격 하락폭이 커졌다. 지난해에도 큰 움직임이 없었다.

▽집값 안정세 전망 우세〓올 가을 집값을 놓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박사는 “불안한 경기 탓에 수요자들이 선뜻 주택구매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입주물량도 서울의 경우 지난해 9∼12월 7만9000가구였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8만5000가구에 이르러 전세난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90년대 들어 연평균 60만 가구를 넘던 주택공급량이 98, 99년 35만 가구에 그친 것은 여전히 가격 상승의 불씨로 지적된다. 98, 99년 주택공급축소가 전세난을 거쳐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이 때문에 대출 없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실수요자라면 추석 직후 집을 사는 것도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