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京仁 운하

  • 입력 2000년 9월 6일 18시 33분


육상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는 전국의 세곡(稅穀)이 서해를 거쳐 한강을 통해 서울로 들어왔다. 세곡선들이 강화를 지나면 손돌목을 거치게 되는데 이곳의 물살이 빨라 수많은 배가 희생됐다. 만기요람(萬機要覽)에 따르면 고려 고종과 조선 중종 때 인천에서 한강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운하를 팔 계획을 세웠으나 원통현(인천 남동구 간석동) 암반 구간을 뚫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다. 정조실록에는 원통현의 지맥(地脈)을 끊어놓으면 안된다는 풍수지리설을 근거로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정부는 인천항에서 행주대교를 잇는 18㎞ 경인운하를 다음달 착공해 2005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건설교통부는 수출입 화물 컨테이너와 바닷모래 등을 경인운하로 처리하면 극심한 체선(滯船)에 시달리는 인천항의 부담을 덜어주고 경인간 도로의 교통난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짧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35개 시민단체들은 운하 건설이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모임을 결성했다.

▷1968년 박정희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의 첫삽을 뜰 때 야당 학계 언론계 등에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다 재정파탄이 날 것이다.’ ‘이용차량이 거의 없어 부유층의 호화 유람로가 될 것이다.’ 국회 속기록이나 신문기사에 남아 있는 반대론들을 지금 당사자들이 다시 읽어보면 얼굴이 뜨거워질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도 물류비용 부담이 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다. 도로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은 장래의 수요를 예측해 건설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사회기반시설의 건설은 예산 낭비와 함께 다른 분야의 희생을 가져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청주국제공항이나 지방도시의 지하철이 꼽힌다. 청주국제공항은 공항 이용료를 낮춰 러시아 중국의 화물기를 유치해 겨우 꾸려나간다. 18조5000억원(98년 가격기준)을 쏟아붓는 경부고속철도는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그치지 않는다. 경인운하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따라야 할 것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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