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석호/유해식품 '솜방망이 처벌'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03분


‘납 꽃게’와 ‘납 복어’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입맛은 쓰다. 온 가족이 함께 즐겨 먹었던 꽃게탕과 숙취를 다스리기 위해 ‘시원하게’ 즐겼던 그 복매운탕 안에 납성분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25일 법무부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부처 고위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리고는 유해식품을 제조 판매 가공 수입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이같은 식품관련 범죄를 ‘인명 살상행위’로 규정하고 무기한 단속에 나섰던 검찰은 이번 사건을 인천지검의 ‘특별수사부’에 배당해 수사토록 했다.

그러나 정작 회의를 열어야 할 곳은 ‘법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동안 유해식품 사범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식품범죄를 부채질하는 한 요인이 돼 왔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식품사범에 대한 법원의 선고형량은 그다지 단호하지 않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99년 한해 동안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1심 선고를 받은 사람은 모두 3143명.

이 중 약 83%에 해당하는 2622명이 집행유예(1226명)나 벌금형(1396명)을 받았다. 5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된 사람은 단 1명이고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약 8%인 256명에 불과했다.

또 법원에는 아직 유해식품 전담재판부가 설치되지 않아 죄질의 경중을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선고형량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도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무거운 처벌만이 범죄척결의 능사는 아니다. 또 재판에는 개인적인 사정 등 여러 정황이 참고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부정식품 사범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업자들이 ‘한번 적발되면 끝’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사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신석호 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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