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생생리포트]개발에 찢겨 수원 광교산 '신음'

  • 입력 2000년 8월 20일 19시 07분


“경기 남부의 마지막 남은 허파, 광교산을 살리자.”

수원과 용인, 성남, 의왕 등 4개시에 걸쳐 있는 광교산이 용인 수지 일대 택지 개발과 신갈∼안산 도로 확장 공사, 백운호수 주변 개발, 수원 진입로 및 등산로 확장 등으로 자연생태계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광교산이 이같이 파괴되자 시민들이 발벗고 나섰다. 수원환경운동센터는 ‘광교산 보전을 위한 땅 한 평 갖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고 여기에 지역 인사와 주민들이 광범위하게 참여, 이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광교산은 해발 582m의 시루봉을 중심으로 북서쪽으로 백운산(564m)이, 남쪽으로 형제봉(448m)이 뻗어 있고 백운저수지(의왕)와 광교저수지(수원)가 자리잡고 있어 주말이면 수 만명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주민들로부터 사랑받아온 산이다. 또 모두 105과 337속 633종의 식물이 분포해 있고, 23종의 조류 및 야생 포유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환경생태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경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등산로 주변의 토양과 산림이 심하게 훼손돼 일부 지역은 최대 폭 10.9m까지 확장됐다. 노루목 하산 지점은 폭3m, 깊이 1.45m, 길이 10m 정도로 파헤쳐졌다. 산 곳곳에서 흙이 무너져 내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위적인 약수터 조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친목단체나 개인들이 광교산 종점∼창성사 지절터∼노루목 등산로의 중간에 가로20m 세로30m나 되는 대형 약수터를 만들어 주변 산림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 생장 속도 조사결과도 광교산의 자연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돼 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간 나이테의 정상 생장 길이가 2∼4㎜인 리기다소나무 25년생의 경우 1∼2.5㎜로 조사됐으며, 2∼3㎜의 생장 길이를 보여야 할 밤나무 33년생도 10년 전부터 1㎜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원시의 영통과 서수원권 개발, 이의동 일대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으로 대부분의 산림이 이미 파헤쳐졌거나 이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한다.

80만 수원시민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허파’인 광교산이 잘 보전될지 관심거리다.

최선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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