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는 살아있다]'반쪽이'…눈도 하나 귀도 하나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42분


저는 반쪽이에요. 말 그대로 몸이 반쪽이랍니다.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다리도 하나씩. 입도 반쪽, 코도 반쪽. 생기긴 이렇게 이상하게 생겼어도 힘은 장사랍니다. 커다란 바위나 나무도 쑥쑥 뽑아 오고, 호랑이 다섯 마리도 한 주먹에 해치우거든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요? 여기 있죠. 우리나라 옛날이야기 속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옛날이야기에는 그렇게 이상한 사람, 모자라는 사람이 참 많이 나와요. 가장 대표적인 게 동물 모습을 하고 있는 인물이죠. 곰 같은 야수에서부터 고슴도치며 뱀이며 개구리까지, 종류도 다양해요. 그리고 또 저 같은 반쪽이가 나오는가 하면 엄지손가락 크기밖에 안 되는 꼬마도 있고요.

왜 옛날이야기에는 이상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느냐고요? 학자들 말에 의하면, 인간 존재 특히 어린 아이의 어떤 특성들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렇대요.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서 얼마나 작고 무능력한가요. 엄지둥이, 반쪽이는 아이들의 그런 미숙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표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조그맣고 모자라던 아이들이 쑥쑥 자라고 변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세요. 알에서 올챙이로, 다시 개구리로 변하는 그 변태의 신비가 그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그런 연관성을 찾아보는 것도 옛날이야기 읽는 방법 중 하나랍니다.

옛날이야기 속의 그 불완전한 아이들은, 그래도 용감하게 세상으로 나가서 자기 몫을 해냅니다. 형들이 꽁꽁 묶어 산 속에 던져 버려도, 호랑이가 달려들어도, 지위 높은 어른이 속여넘기려 해도, 저는 모두 이겨냅니다. 그래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은 저에게 불공평했고, 세상의 방식으로 저를 주저앉히려고 했지요. 하지만 저는 제 방식으로 승리합니다. 부잣집 영감을 오히려 골탕먹이고, 그 집 딸과 결혼을 하는 거예요. 여기서 결혼은 단순히 부인을 얻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완성된다는 것, 더 이상 반쪽이가 아니라 온쪽이(?)가 된다는 뜻이랍니다.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나지만 놀라운 힘 또한 은총처럼 받아 가진 인간, 험한 세상에서 시련을 겪지만 자기 방식으로 결국 승리하는 인간을 나타내는 옛날이야기 속 캐릭터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모습에 다양하면서 극적인 사건을 보여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바로 저, 반쪽이라고 저는 자부합니다. 서양 동화의 개구리 왕자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입는 그림책들이 나와 줘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지 말라는 법 있겠어요?

김서정(동화작가·공주영상정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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