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하의 배경과 전망

  • 입력 2000년 8월 17일 17시 36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잇따라 수신금리 인하에 들어감으로써 다른 시중은행들도 단기 정기예금 6%시대라는 조류에 합류할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실적우량 시중은행들이 선도하고 있는 수신금리 인하는 향후 은행들의 수지개선과 함께 금리의 하향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수신금리 인하는 회사채시장의 마비 속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자금의 단기부동화와 은행의 운영능력 빈곤이 맞물려 빚어낸 왜곡된 시장구조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은행권의 자금편중현상이 계속될 것이고 금융구조조정으로 시장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고채 위주의 비정상적인 금리하향화 속에서 기업들의 신용경색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 수신금리 인하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

금융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이 고객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신금리를 내리지 못했으나 은행권의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예대마진 확대를 통한 수익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금융애널리스트인 김석중 부장은 “은행들은 그동안 고객확보 경쟁과 고객이탈 우려로 인해 수신금리를 내리지 못했었다”면서 “우량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인하한 것은 예대마진 축소 상황에서 수지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고객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반기중 실적호조를 보인 우량은행들이 수신금리 인하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287억원, 신한은행은 2,262억원, 하나은행은 9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미 앞서 금리를 조정한 바 있는 주택은행은 3,7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은행들은 FLC에 따라 잠재손실을 전액 반영한 반면 여타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이나 외환은행, 서울은행과 평화은행은 일부만 반영하고도 순이익이 크지 못했으며 전액 반영할 경우에는 대폭적인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여타 은행들도 수지개선의 필요성이 높고 제2금융권에 비해 은행권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하 조류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한정태 책임연구원은 “은행권으로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다른 은행들도 수신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충당금 설정 규모가 관건이나 일단 수신금리 인하는 예대마진을 확대하고 금리의 하향안정화를 가져와 수익성 개선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과 굿모닝증권도 시중은행들은 이자수입과 수수료 수입 증대로 상반기 실적호조를 보였으며 또 상반기 중 FLC에 따른 대손충당금이 상당히 많아 하반기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며 우량은행의 실적은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은행의 운용력 빈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수신금리 인하가 은행들의 자금운영력 회복이나 금융시스템 복원에는 별달리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용주 수석연구원은 “수신금리가 하락함으로써 전체적인 시중금리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시장 자체가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용주 연구원은 “은행의 정기금리가 내리고 대출축소와 CP매입 회피 등의 신용경색 상황에서 시중자금이 다시 국고채 시장 등에 몰린다면 외형경쟁 속에서 운용할 데를 찾지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수신금리 인하는 은행들의 운영력 빈곤을 일시적으로 만회해 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상반기 중 이자부문(5조1,797억원)과 수수료 부문(1조6,446억원)에서만 수익을 냈지 주식·채권 등 상품유가증권을 운용하는 기타영업부문(-2,758억원)에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었다.

◆ 자금의 은행권 편중화·단기부동화 지속 전망

아울러 수신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자금은 주식시장 등 여타 시장으로 옮아가기보다는 여전히 은행권에 편중되면서 단기부동화 현상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신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여태까지 보여왔던 ‘투신종금사 이탈-신탁계정 축소-은행고유계정 확대’ 패턴대로 은행권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면서 “올 연말 예금부분보장제 실시전까지 우량은행에 좀더 몰리겠으나 은행업종 내 차별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연구소의 유용주 수석연구원도 “수신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정기금리와 화사채간 마진차이가 거의 없다”면서 “금리스프레드가 3∼4%포인트이상 벌어져 금리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굳지 리스크가 많은 투신권에 자금을 맡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주식 역시 여전히 구조조정의 위험을 갖고 있어 앞으로도 자금의 단기성·안정성 추구 성향에 따라 은행권에 자금이 편중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은행들은 9월말 경영평가위원회 평가와 예금부분보장제를 앞두고 있어 보수적인 자금운용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수신금리 인하가 은행들과 개인들의 자산운용면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일부 은행간 차별화를 진행시켜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대우증권의 김 부장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개인들은 저금리 체제에 순응하고 일부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은행들도 처음에는 수수료 수입 확대전략을 펴면서 앞으로는 유가증권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증권에 투자한다고 해도 안정적인 국고채에 먼저 투자하고 시장안정을 보아가며 점차 시간을 두고 회사채로 이동할 것으로 김 부장은 덧붙였다.

◆ 신용경색 해결책은 기업·은행 구조조정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현대그룹의 자구책 발표 이후 자금시장의 안정화에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걸면서 해결책은 역시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연구소의 윤 연구원은 “투신사의 비과세 상품이 허용돼 일부 투신사에 자금유입이 예상되나 채권전용펀드 역시 편입비율 제한 때문에 우량채권을 편입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돼야 하고 그렇지 않은 이상 곤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증권은 금융구조조정의 연내 마무리에 대한 당위성이 부각되고 있고 선결과제인 추가 공적자금 조성 문제가 해결되면 금융구조조정의 방향성이 명확해지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은행주의 향방에 대해서 굿모닝증권은 현대사태가 해결되고 은행 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힘들 것이라면서 머지 않아 이 두 문제가 해결된다면 은행주의 약세는 매수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