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자금조달에 성공하는 벤처,실패하는 벤처

  • 입력 2000년 8월 2일 16시 21분


"동시에 너무 많은 투자기관들과 접촉하는 벤처업체는 조심하라. 한번에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코스닥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벤처기업들의 자금모으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시장이 활황인 올초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펀딩한 업체들도 올 하반기부터 서서히 자금이 바닥나기 시작, 벤처대란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와관련,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인터넷업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기업 펀딩성공요령 15개항목'을 제시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이렇게 우리를 공격하라'고 성공요령을 가르쳐주는 셈. 뒤집어보면 이 항목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벤처기업은 자금조달에 실패한다는 교훈이 되기도 한다. 특히 벤처에 투자하려는 일반인들로서는 해당 벤처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펀딩성공요령 15개 항목을 제시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e캐피탈(인터넷써클) 홍세원 사장,드림벤처캐피탈 이태영 이사,호서벤처투자 심재승 부사장,현대창업투자 안세진 인터넷투자팀장 등이다.

이들 전문가는 스스로 최근 투자패턴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과거에는 40억-50억원정도에서 200억원까지 투자를 했지만, 요즘은 많아야 10억-20억원정도이고 보통 5억-10억원, 적게는 2억-3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벤처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창투사전문가들이 제시한 15개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정공법을 택하라.회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도한 포장을 해서는 안된다. 외부투자자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타기 증자, 차입 등 편법은 금물이다.

2. 적정한 밸류로 단계적으로 펀딩하라.코스닥 등록전에 보통 3-4차례 펀딩이 적당하다. 대외적 신뢰도나 주요 주주관계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생각하더라도 단계적 펀딩이 바람직하다.

특히 지금 상황이 좋다고 무리한 가격을 제시하지 마라.뒤에 초기 투자자들에 손실을 끼칠 수 있고 이들에 손해를 주고는 사업에 성공하기 어렵다.

3. 구체적이고 확실한 수익모델을 제시하라

4. 펀딩의 적기는 시장이 결정한다. 시장환경이 좋을 때 자금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당장 자금이 필요 없다거나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자금을 확보해두지 않으면 실제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시장상황이 나쁘면 위기에 봉착한다.

5. 투자회사 선택을 신중하게 하라.반드시 큰 회사가 좋은 것은 아니다.특히 투자회사의 심사역의 능력을 관심있게 지켜보라.

6. 투자받은 후에도 계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라.

7. 동시에 너무 많은 기관과의 접촉은 피하라. 여기저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말라는 말이다. 벤처캐피털시장은 좁다. 투자회사는 심사역끼리는 서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 회사에서 실패하면 더 이상 투자받기 어렵다.

8. 선도 투자자를 집중공략 하라.선도 투자자만 확보하면 나머지 창투사들은 숟가락을 올리는 정도로 쉽게 펀딩할 수 있다.

9. CEO의 능력이 중요하다.

10. 경영자 자기자금을 직접 투자하여 리스크를 공유하라.

11. 공동대표제는 투자유치에 불리할 수 있다.영역싸움 등 갈등의 소지가 상존한다.

12. 확실한 팀능력을 갖추어라

13.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로열티(충성도)가 중요하다.스톡옵션 등 돈을 중심으로 모인 기업이냐, CEO의 경영능력이나 회사의 비전을 보고 모인 기업이냐는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된다.

14. 블랙 엔젤 (유사 투자사, 사이비 컨설팅사 등)을 조심하라.

15. 인터넷 공모는 신중히 하라.

전문가들은 또 펀딩 실패사례로 인터넷 BToB업체로 자본금 30억정도인 A기업을 들었다.이 기업은 금년초 기관에서 권고할 정도로 좋은 조건의 펀딩 가능했었다.그러나 이 회사대표는 자기계획(외자유치등)과 관련하여 펀딩시기를 늦췄다가 지금은 자금 고갈을 겪고 있으나 최근 인터넷기업 가치 하락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단계적인 펀딩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올 2월에 4개기관으로부터 30억원을 유치한 인터넷 포탈업체 B업체가 꼽혔다. 이 업체는 당시 무리한 가격을 제시하여 1차 펀딩에 성공하였다가 최근 2차 펀딩 추진시 1차 투자단가가 걸림돌로 작용, 기존 주주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것은 물론 회사의 신뢰도 마저 상실할 위기에 놓여있다.

결국 투자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기업들이 자금사정을 겪는 것은 거품이 빠지는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지적, 원칙에 충실한 인터넷기업들에게는 여전히 자금조달의 기회는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김광현<동아닷컴 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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