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대 '개혁'의 방향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41분


정부가 44개 국립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섰다. 어제 발표된 ‘국립대 발전 계획안’은 말이 발전 계획이지, 사실상 ‘구조조정’ 방안이다. 국립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대학 운영이 팽창 위주로 이뤄지면서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은 국립대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칙’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실제 ‘개혁’을 이끌어내는 데는 파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얼마 전 교원정년 단축 등 교직 사회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던 교육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이 국립대에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학이 기대하는 열매를 따는 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것을 경제성의 잣대로만 재단하려 든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국립대는 사립대가 꺼리는 기초 특수학문 분야를 육성하고 소외 계층에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익적 역할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원칙을 지키며 최대한 개혁 성과를 얻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개혁 방안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 국립대가 책임운영기관이 되기를 원할 경우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그 대신 해당 대학에서 총장 공모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원칙 중의 원칙이다. 그동안 총장 직선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각종 폐해를 감안하면 그 당위성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등록금 자율화 방안은 결국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져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키고 저소득층의 교육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국립대 재정 형편이 좋지 않다고 해서 부담을 학부모에게 돌리는 것은 구조조정의 본뜻에도 어긋난다. 대학들이 먼저 경영 합리화를 통해 재정 개선에 나서야 하며 정부도 당연히 일정한 몫을 떠맡아야 한다.

개혁 방안에 포함된 교수 계약제와 연봉제 문제는 벌써부터 교수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방안은 대학 개혁의 핵심 부분임에 틀림없으나 대학 구성원과의 합의 없이 강행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공정한 평가 기준과 투명한 시행 과정을 거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대학 개혁은 단번에 이뤄질 수 없다. 긴 안목에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대학을 일방적으로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자발적인 개혁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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