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투신권 순매도 일관…왜 이러나

  • 입력 2000년 7월 18일 14시 23분


투신권이 무서운 매도세를 보이며 증시가 무기력 증상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중 외국인과 투신 에 의한 '쌍끌이장세'가 연출되며 강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리라던 전문들의 분석이 공염불이 됐다.

18일 증시에서 개장 초 반짝하며 매수우위를 보이던 투신권은 오후 2시10분 현재 거래소시장에서 29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중이다. 투신권이 투자패턴에 변화를 보이지 않고 이날마저 순매도로 일관하는 경우 6일 연속 순매도를 유지하는 셈이다.

투신권은 이달들어 지난 14일 현재 매도 2조6737억원, 매수 2조1266억원을 각각 기록, 총 5471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투신권의 올 총 매도규모는 거래소시장에서 6조559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7615억원에 이른다. 특히 거래소시장에서 증권 은행 보험 연기금 등을 모두 포함한 기관투자가의 총 매도규모 6조6376억원에서 투신권 매도비중이 98.8%에 달하는 것은 투신권의 매도세가 얼마나 강한 지 단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이에따라 증시 등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할 투신권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투신권 왜 이러나?

투신협회에 따르면, 투신권의 전체 수탁고는 지난 7월 14일 148조9250억원으로 6월14일에 비해 한달새에 6조8761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수탁고 가운데 주식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금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전체 자금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수익증권은 환매(돈으로 찾아가는 것)가 이어지면서 이달 초 12조8053억원에서 2조281억원으로 격감했다. 혼합형 수익증권 중 주식 편입 비율이 상대적으로 큰 수익증권은 29조원대로 늘었지만 여전히 주식시장에 쏟아부을 수 있는 자금은 눈에 띠게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추세라면 투신권의 비과세 신탁이 주식시장에 활력을 줄 것이란 기대도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짙다.

주은투자신탁운용의 신세철 상무는 “채권시장의 이야기인 유동성 장세를 주식시장에 바로 적용시키기엔 무리”라며 “정부가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풀어놓은 자금이 아직 주식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의 비축 자금인 고객예탁금 추이도 신통치 않다. 지난달 14일 10조4007억원 수준이던 고객예탁금은 등락을 거듭하면서 이달 14일 현재 10조1582억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이로 인해 해외증시의 안정세에도 불구, 국내증시는 하찮은 악재에도 딴죽 걸리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5월말부터 간헐적으로 진행되온 유동성 장세는 꼬리를 내려버린 채 한치 앞으로 내다볼 수 없는 순환매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나타났다 사라진 ‘우선주 ‘강세’ 현상도 이중 하나.

특히 금리하락과 통화 공급의 급증에 힘입은 유동성 장세가 주춤해지면서 은행 및 증권지수는 전고점 대비 각각 30% 가량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조만간 투신권의 매수가 되살아 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일부 있다. 곧 사모펀드와 비과세 상품이 판매되기 때문에 투신사들이 환매에 대비, 매도에 나설 이유가 적어진다. 또 최근 고점에서 매도한 자금으로 저점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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