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대남(對南) 비난

  • 입력 2000년 7월 12일 19시 19분


남북관계 개선의 첫걸음은 상호 인정(認定)과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 ‘6·15남북공동선언’은 이해와 인정을 바탕으로 남북이 협력해 궁극적으로 민족의 번영 통일을 이루자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선언 이후 양측이 서로 비방을 자제하며 화해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바로 그런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 평양방송의 보도태도는 이런 상호이해와 인정에 새로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엊그제 평양방송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국회대표연설 내용을 문제삼아 납득하기 어려운 비난을 퍼부었다. 이총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 등을 거론한 것을 겨냥, ‘반통일 분자’로 몰아세우며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로 그를 매도했다. 평양방송은 그에 앞서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반통일 세력으로 폭파시켜야 할 대상”이라는 식의 섬뜩한 비난을 한 바 있다.

평양방송의 이 같은 대남(對南)비난의 진의가 무엇인지 우리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그것이 모처럼 싹튼 민족화해의 기운을 사그라뜨리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북한이 기본적으로 ‘당국의 일’이라면 무턱대고 찬양하거나 비판 없이 좇는 체제에 익숙한 나머지 남측에서 제기되는 일부 비판과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는 정당이나 언론 등을 통해 비판을 비롯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민족의 성원 누구든, 어떤 의견이든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 이총재가 북한의 군비나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을 물은 것은 민주국가의 야당 총재로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을 두고 북측이 “한치의 앞도 내다 못보는 자의 망동”이라느니 “민족대업에 훼방질을 하는 범죄행위” 운운하며 매도할 일은 아니다.

남북간에 진정한 화해를 이루려면 서로 비판의 목소리에도 겸허히 귀기울이고, 고칠 것은 고치며, 잘하는 것은 이어나가야만 한다. 의문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화해는 진정한 화해일 수 없으며 의구심을 보인다고 폭파한다는 등의 막말을 하는 것도 화합을 가로막는 처사다.

남이든, 북이든 좀더 의연한 자세로 민족의 앞날을 보며 적대감을 지워나가야 한다. 민족화해의 대의(大義)를 위해 즉물적이며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는 서로 삼가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일탈에 대해서는 정정당당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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