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단기외채 비중 33%…26개월만에 최고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12분


총 외채 가운데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3개월 연속 30%를 넘으면서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사실상 최고치로 치솟아 외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단기외채를 줄이기 위해 민간기업의 무역신용(외상수입)을 억제하는 등 정책을 내놓았지만 좀처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7일 재정경제부는 5월말 현재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는 전월보다 6억3000만달러 증가한 468억달러로 단기외채 비중이 98년 3월(34.7%) 이후 2년2개월만에 가장 높은 33.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장기외채는 947억달러로 전월보다 5억4000만달러, 총외채는 1415억달러로 12억달러 늘었다.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진 주요 원인은 경기회복에 따라 민간기업들이 원자재 등을 외상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무역신용이 늘었기 때문. 재경부 관계자는 “민간부문의 무역신용이 9억달러 증가해 단기외채가 늘어났지만 4월 증가분 16억달러보다는 적다”면서 “외환보유액이 900억달러 이상으로 확충된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외채가 급증하면 외부 충격에 대한 경제의 대응능력이 취약해지기 때문에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단기외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달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에서 단기외채가 계속 늘어난 것은 가볍게 대할 사안이 아님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단기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54.0%로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해 3개월만에 상승세가 꺾였지만 경계 수준인 60%에 여전히 근접한 상태이다. 이 비율이 60% 미만이면 안정, 60∼100%이면 경계, 100%를 초과하면 위험수준이다.

한편 5월말 현재 총 대외채권은 1578억달러로 19억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 대외채권에서 총 외채를 뺀 순채권은 7억달러 늘어난 163억달러로 작년 9월 이후 순채권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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