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총파업 위기/지주회사법 무엇이 문제?]

  • 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01분


《금융노조가 11일로 예정된 총파업의 찬반투표에 돌입한 3일 금융권은 “파업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이 “정확한 금융지주회사법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금융노조와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누구와도 만나 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파업결정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측이 지주회사법안의 통과 저지 외에도 “정부 요청에 따라 부실기업에 돈을 대준 대가를 왜 은행원만 치러야 하느냐”며 ‘관치금융 종식’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추진배경/금융사 결합통해 도산 예방-대형화▼

이달 말 국회에서 통과하게 될 금융지주회사제도는 금융회사의 ‘대형화, 겸업화’를 통한 은행권의 경쟁력 확보를 겨냥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정부의 2차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키워드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98년 5개은행 강제퇴출 과정에서 치른 ‘사회적 비용’을 2000년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직접 합병’ 대신 ‘단순 결합’을 꾀한다는 것이다. 특정 계열사가 무너지면 상호출자로 묶여있는 다른 계열사도 쓰러지는 한국적 상황에서도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고려됐다.

최규덕 금융노조정책실장은 “이 법은 금감원의 허가만 있으면 재벌사가 지주회사를 100% 장악해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는데도 단 한차례만의 공청회를 거쳐 졸속 입법됐다”고 주장했다.

▼노조 반발 이유/"전문은행 되면 정예인원만 남길것"▼

금융노조측은 ‘금융지주회사법’을 은행권 대규모 인력감축의 전주곡으로 보고 있다. 이위원장이 3일 “인원 및 점포 감축은 절대로 없다”고 공언했지만 ‘절반만’ 믿고 있다. 구조조정의 1차대상인 조흥, 외환, 한빛은행 등 3대 공적자금 투입은행 사이의 ‘물리적 결합’ 단계가 지나면 결국에는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조합원은 “정부가 밝힌 대로 ‘전문은행화’가 진행되면 소매금융 은행만 지점영업이 필요할 뿐 기업금융 전문 투자은행이나 인터넷뱅킹 전문 은행은 ‘소수정예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특히 98년 1차 구조조정 때 13만명의 조합원 가운데 5만명이 은행을 떠났다는 점에서 “우리만 희생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돼 있다.

▼은행간 입장차이/'독자생존 은행' 노조선 파업 회의적▼

이번 파업은 한국노총의 금융노조 산하 22개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각 은행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노조 소속인 신한 제일은행이 3일로 결정돼 있던 파업 찬반 투표를 6일로 늦추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독자 생존을 선언했기 때문에 파업 동참의 명분이 적다”고 말했다. 또 금융노련 소속의 경우 하나은행과 농협이 파업 불참 의사를 밝혔으며 수출입은행도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3일 찬반 투표를 벌였으며 은행연합회는 4일 투표한다. 민노총 소속인 한미은행은 찬반 투표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서울 조흥 산업 부산 등 4개 은행이 1일까지 조합원의 찬반 투표를 마쳤다. 3일엔 한빛 국민 주택 기업 평화 경남 광주 제주 대구 전북 수협중앙회 신용보증기금 등 16개 금융기관이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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